30조원대로 예상되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재원 마련 방안으로 ‘초과 세수’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재원 마련 방안으로 꼽혔던 지출 구조조정이 간단치 않고, 적자 국채 발행은 부담이 큰 상황에서 상반기 세수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즉시 세입 전망을 수정하고, 초과 세수분을 미리 추경안에 반영할 경우 전 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세수 호조세가 연말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으며, 초과세수를 추경이 아닌 국가채무에 상환하는 데 써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당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야당 국회의원 시절 이를 강조해왔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국세는 70조원이 걷혀 전년 동기 대비 12조2000억원 늘었다. 통상 2월의 국세수입 진도율(16.9%)보다 빠른 20.4%(이연 세수분 제외하면 18%)를 기록해 초과 세수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세수는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성장해 법인세수 호조가 예상된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이와 연동된 부가가치세는 자연스레 더 걷힐 전망이다.
이를 감안해 새 정부가 세입경정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세입경정이란 예산 편성 시 예상한 세입이 경제 여건의 변화로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될 때 세입을 수정하는 것을 말한다. 추 후보자는 세입경정 방침을 묻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향후 세목별 증감요인 등을 면밀히 짚어보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추경에서 반영할 초과 세수 규모가 10조~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전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초과 세수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새 정부가 전적으로 판단할 사안은 맞다. 문제는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 모두 초과 세수를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야당 시절 초과세수로 국가채무를 갚아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추 후보자는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미래의 국민부담인 국가채무부터 상환하는 게 재정운용의 기본인 만큼, 정부는 추경 편성 유혹에 빠지지 말고 초과세수를 통해 국가 채무 상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세수실적 호조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및 금리 인상 등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큰데, 현시점에서 정부의 연간 세 수입 전망을 올리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것이다.
세입을 바탕으로 지출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지출 예산에 맞춰 세수 추계를 요구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세수가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면 세입경정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마치 지출 규모를 먼저 정해놓고 재원 마련 방안으로 세입경정을 고려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