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일 경기도 4개 주요 도시를 순회했다. 대선 감사 인사 행보라고 한다. 윤 당선인은 4월 11~12일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전북, 전남, 부산·울산·경남, 경기, 인천, 대전·충북을 차례로 방문했다.
다음은 강원이나 제주여야 하는데, 이날 경기도를 두 번째 방문했다. 일정은 주로 민원 해결 성격이었다. 일산 GTX-A 터널 구간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안양 평촌신도시 노후 아파트를 방문하고, 수원 군 비행장 소음 피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했다. 마무리는 용인 중앙시장 방문이었다. 일정에는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도 함께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와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다른 지역을 방문했을 때도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동행했다. 윤 당선인 측은 대선 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민생 행보라고 말하지만, 6·1 지방선거를 의식한 선거 지원 성격이 짙다.
윤 당선인 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그렇게 비판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난 총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일정을 보냈는지 한번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겁나는 건가”라고도 반문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21대 총선과 지난해 4·7 재보선을 앞두고 유달리 많은 지방 일정을 소화했다. 민주당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졸속으로 통과시켰고, 문 대통령은 가덕도 현장을 방문해 “가슴이 뛴다”고 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민생 행보를 빙자한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대선이 끝나 정권이 교체됐다. 이제 윤 당선인이 지방을 돌고 민주당은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한다. 저쪽도 했으니 나도 하면 된다는 식이다. 문재인정부의 잘못을 고치겠다고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닐까. 일주일 후면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다. 현안은 쌓여 가는데, 윤석열정부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하는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민주당과의 극한 대립뿐이다. 오해만 부르는 순회 감사 인사는 이쯤에서 그만뒀으면 한다.
[사설] 감사 인사라 쓰고 선거 지원으로 읽힐 윤 당선인 지방 순회
입력 2022-05-0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