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또다시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손흥민은 ‘차붐’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세운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36년 만에 넘어섰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에도 도전한다.
손흥민은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022 EPL 레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대 1 승리를 이끌었다. 원맨쇼를 펼친 손흥민은 EPL 사무국이 팬 투표로 선정하는 ‘킹 오브 더 매치’(King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올 시즌 12번째다.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손흥민은 경기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뒷공간 침투를 통해 상대 수비를 위협했고, 동료와 유기적 패스 연계를 통해 기회를 만들었다. 좋은 컨디션을 보인 손흥민은 전반 21분 정확한 코너킥으로 해리 케인의 헤더 골을 도왔다. 시즌 7호 도움이었다. EPL 통산 최다 합작 골 기록을 보유한 손흥민과 케인은 이 기록을 41골로 늘렸다.
후반엔 도우미가 아닌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15분 데얀 클루셉스키가 내준 공을 감각적인 터닝 슈팅으로 연결했다. 퍼스트 터치부터 돌아서는 타이밍, 슈팅 속도까지 3박자가 모두 맞은 골이었다. 손흥민은 리그 18호 골을 신고하면서 한국 축구선수 유럽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1985-198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레버쿠젠 소속이던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2020-2021시즌 손흥민 자신이 작성한 17골이었다. 손흥민은 36년 만에 한국 축구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는 동시에 자신의 개인 통산 리그 최다 골 기록도 경신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반 34분에는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추가 골을 만들었다. 상대 팀 골키퍼인 캐스퍼 슈마이켈이 방향을 예측하고 몸을 날렸지만 손끝에 닿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궤적의 골이었다. 리그 19호 골까지 만들어낸 손흥민은 EPL 득점 선두인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22골)를 3골 차로 추격했다. 최근 손흥민의 기세, 남은 리그 경기 수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득점왕 욕심이 있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회가 나면 나는 늘 골을 넣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득점왕은 늘 나의 꿈”이라면서도 “팀의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손흥민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CL) 진출에 대한 열망도 드러냈다. 리그 4경기를 남겨둔 토트넘은 승점 61점으로 5위를 달리고 있다. UCL 마지노선인 리그 4위 아스널과 승점 차는 2점에 불과하다.
손흥민은 “UCL에 진출할 수 있는 순위로 시즌을 마치고 싶다”고 했다. 손흥민은 남은 경기에서 EPL 역사상 첫 3시즌 연속 10골 10도움이라는 대기록에도 도전한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