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살라미 전술

입력 2022-05-03 04:10

살라미(salami)는 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다. 소금이란 뜻의 살레(sale)가 어원으로 고기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염장한다. 한 번에 먹으면 너무 짜서 조금씩 먹어야 제맛이다. 이런 뜻에서 살라미 전술도 협상테이블에서 단번에 목표를 관철하는 대신 부문별로 쟁점을 세분화하고 각각에 대한 대가를 얻어내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법으로 통한다. 1940년대 헝가리 공산당 서기 라코시 마차시가 정적들을 차례로 살라미처럼 제거해 헝가리를 공산 진영으로 편입한 것이 시초다.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는 쪽은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효과를 노린다고 한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계속 우기면서 국제적으로 분쟁지역이라는 인식을 심으려는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대학교수 사회에서 하나의 연구 성과를 여러 개의 소논문으로 쪼개는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논문 제출 횟수를 맞춰야 하는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명백한 자기표절 행위다. 북한은 핵 협상을 단계별로 이슈화하고 이를 지렛대로 경제적 이득을 얻어내는 전술로 많이 사용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이용해 구사하고 있는 회기 쪼개기도 살라미 전술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저지에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은 하루짜리로 회기를 쪼개 같은 날 밤 12시 회기 종료와 함께 토론을 종결시킨 뒤 30일 또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통과시켰다. 필리버스터가 회기 종료로 종결되면 해당 안건을 다음 회기에서 바로 표결토록 한 국회법을 이용한 것이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3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일 것이라는 살라미 효과를 기대하면 오산이다. 소수당의 저항권은 무마시켰을지 모르지만 국민의 분노는 들불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