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를 보면 일도 많고 탈도 많아 보인다. 젊은 세대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라도 미칠까 우려된다. 국가와 사회를 어지럽히는 위험 요인들이 새로 잉태되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국가경영에도 위험관리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위험관리란 국가뿐만이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에 대처할 수 있도록 미리 방책을 세우고 시행하는 일이다.
위험관리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나라를 선진국 혹은 후진국으로 분류한다. 우리는 선진국임을 자처한다. 하지만 국가를 경영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위험 요인에 대처하는 능력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건 갑작스러운 사고나 재난이 발생할 뿐 아니라 사회 계층이나 진영 간, 더 나아가서는 다른 나라와의 갈등도 야기된다. 선진국이란 재난으로부터의 충격과 피해를 원만히 관리하고 흡수하는 나라를 말한다. 손실 발생을 막거나 최소화하면 그만큼 국가의 자원을 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해 보다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생산적인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국가가 더욱 부강해진다는 원리이다. 미국의 9·11 사태는 선진국 위험관리의 모범적인 사례다. 국가적 재난을 겪었지만 사회가 혼란해지거나 미국 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았다. 뉴욕시와 연관 기업들이 발 빠르고 단호하게 이미 만들어진 계획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에 뉴욕은 평온을 유지하고 기업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이나 위험 요인들로 인해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우리가 난국을 타개하고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려면 위험관리자가 필요하다. 명확한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일반적인 위험관리 범주를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보듬는, 일련의 위험관리 조치가 시행돼야 한다. 예컨대 사면의 경우 제일 확실하고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방향으로 확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 순으로 사면해야 한다. 자유롭게 활동하여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 위험관리책임자를 기업에 돌려주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기업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돌려줘야 하는 이유는 위험관리가 꼭 필요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관리는 당장 눈앞에서 반짝거리는 효과는 내지 못하고 비용만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등한시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정책으로 채택되기가 매우 어려운 이유다. 기업에서 위험관리의 중요성은 기업의 존폐와 직결된 문제다. 투자가 위축되거나 수익이 감소하는 문제를 다루는 정도가 아니다. 위험관리는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받은 톱다운방식으로 수행된다. 모든 경영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김두철 전 상명대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