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614억 횡령’은 형제 범죄… 동생, 해외 골프장 투자

입력 2022-05-02 04:06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리은행 직원 A씨(왼쪽)가 지난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A씨 동생도 구속영장이 청구돼 1일 같은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두 형제는 결국 나란히 구속됐다. 연합뉴스

우리은행에서 6년에 걸쳐 벌어진 614억원 횡령 사건은 은행 직원의 ‘형제 범행’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뭉칫돈을 인출한 은행 직원인 형과 횡령금을 받아 해외 골프장 개발 사업에 투자한 동생이 하루 간격으로 나란히 수감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우리은행 직원 A씨를 지난 30일 구속한 데 이어, 1일 동생 B씨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허정인 판사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B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두 형제 모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가 적용됐다.

A씨는 2012년 10월과 2015년 9월, 2018년 6월 3차례 걸쳐 공금 614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횡령금 일부는 파생상품에 투자했고 일부는 동생 사업에 투자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형에게 약 100억원을 받아 뉴질랜드 골프장 개발 사업에 투자했지만, 80억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고 한다.

경찰은 다만 600억원대 거액 대부분을 투자 실패로 잃었다는 A씨 진술을 그대로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은닉자금이 있는지 추적 중이다. B씨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면서 ‘형과 범행을 계획했나’ ‘자금 출처를 알고 있었나’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 “몰랐다”고 답했다. 공모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자신의 혐의를 포괄적으로 인정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가 자수 직전 횡령금 일부를 아내와 딸 등이 살고 있는 호주로 두 차례 송금한 내역도 파악했다. 은행 측이 이를 확인하고 호주 은행에 송금 취소를 요청했지만, 이미 거래가 진행된 뒤였다. A씨가 보낸 금액은 수천만원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에선 이 사건 이외에도 최근 5년간 15건의 횡령·유용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은행권 금전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횡령·유용 사고액은 2016년 13억1000만원(6건), 2017년 2000만원(2건), 2019년 5억8000만원(2건), 2020년 4억2000만원(3건), 2021년 4억원(2건)이었다. 지난해 전체 은행권 사고액은 모두 67억6000만원(16건)이었다.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우리은행에 대한 수시검사에 들어간 상태다. 2004~2019년 우리은행 외부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 회계법인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 기간 안진 회계법인은 우리은행 내부회계관리 문제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고 ‘적정’ 감사 의견을 냈다.

김판 김경택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