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법제처에 정부입법정책협의회를 소집할 것을 요청했다. 법안에 대한 의견 개진 기회를 구하는 것인데, 사실상 법제처장의 법률안 재의(再議) 요구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안을 심의·공포할 국무회의 자리에 대검은 물론 대한변호사협회, 학계 등이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검찰 내부에서 제기됐다.
대검은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통일적인 정부 의견 제시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지난 29일 법제처에 정부입법정책협의회 소집을 요청했다고 1일 밝혔다. 해당 협의회는 법령안에 대한 기관 간의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절차다. 이번 검수완박 법안들은 헌법상 비례·평등·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나 관계 부처의 의견 청취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검찰의 생각이다.
대검은 구체적으로 검수완박 법안들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될 경우 재의 요구에 관한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검이 말하는 재의 요구는 결국 법무부를 통해 재차 건의하려던 ‘대통령 거부권’과 통하는 개념이다. 서울중앙지검도 “내용과 절차 면에서 위헌·위법적이고 파급효과가 큰 이번 법안에서는 보다 심도 있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이 국민의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내용이고, 형식적으로는 편법을 동원한 통과였다고 보고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선거범죄를 전담해온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부패한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의 선거개입에 면죄부를 주는 내용”이라며 검찰청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심사 과정에 청문회와 공청회가 생략된 점, 위장 탈당으로 인해 안건조정위가 형해화된 점 등도 절차적 문제로 지적됐다.
검찰에서는 지난 30일의 검찰청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것이 아니라서 무효라는 문제제기가 크다. 애초 법사위 소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은 의결되지 않았고, 결국 의결된 것은 도중에 제출된 수정안이었다는 것이다. 일반 주식회사의 주주총회나 이사회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을 상상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나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