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형사사법체계는 대변화를 앞두게 됐다. 개정안 문구가 여러 번 수정됐지만 검찰의 수사·기소 권한에 제약을 가하는 기존 방향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법안 공포 4개월 뒤부터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대폭 줄어들고, 수사를 개시한 검사는 기소 단계부터 관여할 수 없게 된다. 또 검찰총장은 분기마다 직접수사부서의 현황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검찰청법 일부개정안을 가결했다. 오는 3일 검수완박 법안의 나머지 한 축인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처리되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 입법 절차는 완료된다.
4개월의 유예기간 뒤부터 검찰은 경제·부패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선거범죄의 경우 6월 지방선거 관련 사건의 공소시효인 올해 12월까지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 정치권은 애초 공직자·방위산업·대형참사 범죄와 묶어 선거범죄도 4개월 뒤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려 했지만 법조계를 중심으로 “선거사범 이중 특혜”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유예기간을 일부 늘렸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1일 입장문을 내고 “선거범죄와 공직자범죄를 직접 수사대상에서 제외한 건 부패한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의 선거개입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대해 기소를 금지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경제·부패 범죄라도 수사를 시작한 검사가 아닌 다른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사검사의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지만 검찰은 수사기록 검토와 쟁점 파악 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지 않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검찰청법 개정안에 검찰총장의 ‘분기별 국회 보고 의무’ 조항이 들어간 것도 논란거리다. 개정안 제24조4항은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의 직제 및 해당 부에 근무하고 있는 소속 검사·공무원 등의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검찰은 “개별 수사 부서가 정치적 외압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며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 소속인 검찰의 조직·운영에 지나치게 관여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정치권력의 검찰 수사권 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보고 내용에 수사 사항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지 않더라도 수사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령 대장동 의혹 사건을 수원지검에서 수사한다고 했을 때, 검찰 수사 인력이 수원지검에 많이 파견되면 국회에선 검찰이 이 사건 수사에 역량을 쏟는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입법부가 수사 밀행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컸던 별건수사, 보완수사 관련 조항은 형소법 개정안으로 남겨둔 상태다. 고발인의 이의신청을 금지하는 내용도 형소법 개정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임주언 구정하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