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넘어진 김효주… 강타로 넘어선 김아림

입력 2022-05-02 04:02
김아림이 1일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김아림(27)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2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했다. 2년 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했던 김아림은 KLPGA 투어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안았다.

김아림은 1일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골프장(파72·6689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김아림은 2위 이가영을 3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안았다.

이날 일동레이크 골프장엔 순간 최고 초속 7m의 강풍이 불었다. 선수들은 강한 바람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전했다. 선두권도 마찬가지였다. 1~3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킨 김효주도 후반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효주는 10번 홀(파4)에서 한 타를 잃은 데 이어 11번 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범했다. 1~3라운드 내내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켰던 김효주가 선두 자리를 내주는 순간이었다. 김수지도 후반 초반에만 3타를 잃었고, 이승연도 12번 홀(파5)에서 보기를 기록했다.

김아림은 달랐다. 선두권 선수들이 고전하는 사이 타수를 줄이며 선두로 올라섰다. 전체 출전 선수 중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7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2타나 줄였다. 승부를 가른 장면은 16번 홀(파4)에서 나왔다. 김아림은 14m 거리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김아림은 공이 홀컵으로 향하는 동안 뒷걸음질 치며 퍼터를 들고 지켜보다 공이 들어가자 주먹을 꽉 쥐며 포효했다. 3타 차 선두로 나선 김아림은 나머지 두 홀에서 파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 7월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이후 2년 9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아림은 KLPGA 투어 통산 3승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지난해 만료된 KLPGA투어 시드도 다시 확보했다.

김아림은 “바람이 많이 불고 핀 위치가 어려워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려고 했다”며 “오랜만의 우승에 운도 조금 따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국내 우승을 계기로 미국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김아림은 2일 LPGA 투어 일정 소화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다.

생애 첫 우승을 노린 이가영은 9언더파 279타 2위로 대회를 마쳤다. 국내 메이저 통산 5승을 노린 김효주는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박민지와 함께 공동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40년 만의 대회 3연패라는 대기록에 도전했던 박현경은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박현경은 16번 홀(파4)에서 명장면을 연출했다. 171m 거리에서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그대로 홀컵으로 들어갔다. 박현경은 두 손을 하늘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기뻐했다. 선수들은 박현경에게 하이파이브를 했고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