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사실상 개점휴업이었던 면세점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내국인을 중심으로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고, 소규모이지만 해외 단체관광객까지 돌아오고 있다. 면세점들은 일제히 영업시간을 연장하며 손님맞이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1일부터 명동본점과 월드타워점의 마감시간을 오후 5시30분에서 오후 6시30분으로 1시간 늘렸다. 신세계면세점도 30분 늘려 오후 6시30분까지 문을 연다. 신라면세점은 서울점에 한해 지난 30일부터 영업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 3시간씩 단축 영업에 들어간 지 2년여만이다. 애초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은 오후 9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오후 8시30분까지 영업했었다.
면세점들이 영업시간을 늘린 건 내국인을 중심으로 해외여행 재개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3월 백신 접종 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를 면제했고, 지난달에는 2년1개월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해제했다. 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를 면제한 지난 3월 21일부터 2주간 롯데면세점의 내국인 매출은 직전 2주와 비교해 50% 뛰었다. 현대백화점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의 매출도 같은 기간에 각각 49.7%, 41% 늘었다.
지난달부터는 해외 단체관광객도 돌아오고 있다. 지난달 14일 신세계면세점 본점에는 태국 단체관광객 20여명이 찾아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약 2년 만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소규모 그룹이지만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가까워지며 태국 관광객이 다시 찾았다는 상징성이 있다”며 “동남아시아 단체관광객이 다시 늘어날 걸 대비해 매장 개편 등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세점 업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면세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코로나19 확진자를 0명으로 만들겠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하이 등의 도시 봉쇄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도 외국인 입국자를 하루 7000명으로 제한하는 등 빗장을 걸고 있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매출의 의미있는 반등이 이뤄질 시기는 6월 이후로 추정된다. 이달까지 한국과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해 출·입국자 증가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까지는 따이공(보따리상) 중심의 영업이 지속되고, 연말부터 중국 개별 관광객 입국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