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주가지수·개별 종목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발행된 ELS 중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품의 비율은 전년도에 비해 약 1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ELS 1만5408개 중 이날 기준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상품 126개가 원금 손실 구간(Knock-In·녹인)에 진입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발행된 1만3358개 ELS 중에선 단 9개만이 지난해 같은 날 기준 녹인에 진입했었다.
지난해 발행된 ELS의 녹인 비율은 전년 대비 무려 12배 높았다.
ELS는 계약만기일까지 특정 종목 주가,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고금리의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통상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시점 대비 40~50% 이상 떨어지면 ‘녹인’ 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만기일 전에 한 번이라도 녹인이 발생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 만기까지 녹인을 벗어나지 못하면 투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
아직 대부분 상품에서 녹인이 발생할 수준은 아니지만 발행 시점 대비 주가 하락 폭이 커진 탓에 특정 종목이 개별 이슈로 20%만 떨어져도 녹인 구간에 들어설 위험이 높다.
넷플릭스가 연계된 ELS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증권사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던 넷플릭스 연계 ELS는 무려 35개 상품이 녹인에 진입했다. 발행액만 465억원 규모다.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가입자가 20만명 감소했다는 소식에 하루 만에 40%가량 급락했다.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도 이 지수가 6000까지 떨어지면 녹인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알리바바·텐센트 등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50개를 추려 산출한 홍콩H지수는 지난해 2월 17일 1만2228.63으로 고점을 형성했지만 지난달 15일 절반 수준인 6051.62까지 폭락했다.
ELS에 묶인 미상환 발행 잔액도 증가하고 있다. 올 1분기 ELS(ELB 포함) 미상환 잔액은 62조32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1.2% 증가했다. 미상환 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현재까지 진행된 평가에서 주가가 특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원금의 조기 상환 기회를 놓친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ELS는 연계된 종목 주가 또는 지수가 일정 수준을 만족시키면 약정된 수익과 함께 원금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