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는 휘발유 경유 LPG 등 석유 파생 연료에 붙는 간접세다. 휘발유는 ℓ당 529원, 경유는 375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가 붙고 여기에 교통세의 26%인 주행세, 15%인 교육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수입부과금, 판매부과금 등이 추가된다. 관련 세금이 적은 산유국 등에 비해 국내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고가일 수밖에 없다. 배(원유 가격)보다 배꼽(세금)이 더 크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국제 유가가 급등하거나 경기가 위축될 경우 물가 안정과 내수 부양 등의 목적으로 유류세 한시 인하 정책을 빼들곤 했다. 2018년 11월 6일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15% 인하했고, 종료되자 인하폭을 7%로 축소해 4개월간 추가 연장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 국제 유가가 오르자 11월 12일부터 올해 4월 말까지 20% 인하 조치를 추가 단행한 데 이어 이달 1일부터는 인하폭을 법정 최대치인 30%로 확대해 7월 말까지 연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국제 유가 급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글로벌 금리 인상 흐름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 불안은 확대될 전망이다.
물가 대책 차원에서 인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번 추가 인하 조치로 인해 세수가 약 2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선 공약 이행 등으로 써야 할 돈은 많은데 세수가 줄면 정부의 재정 건전성은 악화되기 마련이다. 국제 유가가 오를 때마다 인하를 당연시한다면 조세정책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유류세 인하가 석유 소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이는 낭비로 이어져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발등의 불을 끄고 보자는 미봉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유류세 인하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부담 원칙 강화를 통해 수요 절감을 유도하고 저소득 계층이나 영세 사업자의 유류비 부담은 별도의 정책으로 덜어주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겠다.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