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 프리”… LFP 대응 나선 K-배터리 삼총사

입력 2022-05-02 04:03
뉴시스

“망간리치(코발트 프리) 제품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LG에너지솔루션)

“코발트를 제외하고 망간 비중을 높인 망간리치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삼성SDI)

“코발트가 포함되지 않거나 적게 드는 배터리 제품 개발이 진행 중이다.”(SK온)

‘K-배터리’ 3사의 실적 발표가 있었던 지난 주에 각 회사는 컨퍼런스콜에서 ‘코발트 프리’(Cobalt Free)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상대적으로 값싼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선호 현상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답이었다. 이들은 왜 코발트 프리를 외치는 걸까.


1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가격이 급등하자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값싼 LFP 투자를 늘리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LFP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32~36%다. 여전히 니켈·코발트·망간을 소재로 하는 삼원계 배터리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2024년에 LFP가 삼원계를 추월한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현재 LFP는 중국 업체들이 주도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이유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는 중국이 LFP 글로벌 생산의 90%를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한국의 배터리 3사는 LFP보다 삼원계에 집중해왔다. LFP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때문에 저가용·보급형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는데,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수익성도 크게 떨어진다. 굳이 투자를 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인 테슬라가 LFP 비중을 높이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테슬라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해 1분기에 생산한 자동차의 절반이 LFP를 탑재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2년 전부터 중국산 ‘모델3’에 중국 배터리 회사 CATL의 LFP를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산 보급형 모델3에도 LFP를 적용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모델3에 LFP를 탑재하면서 LFP 시장의 규모가 커졌다. 아우디, BMW 등의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테슬라를 따라 LFP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FP 수요가 증가하면서 K-배터리 3사도 긴밀하게 대응할 필요가 높아졌다. 3사는 LFP를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삼원계 배터리의 가격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렇게 해서 찾은 방법이 삼원계에서 코발트를 없앤 제품이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자재 가운데 가장 값이 비싼 코발트를 빼고 망간 비중을 높여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망간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잠재력이 크다”고 언급하며 관심을 보이는 원자재다. 코발트처럼 배터리 안정화 역할을 하지만, 값은 코발트보다 싸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LFP는 전기차에 배터리를 많이 실을 수 없다. 차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결국 삼원계 배터리의 경쟁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