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달 중에 방한을 확정하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와의 ‘스킨십’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를 백악관에 부르면서 ‘공급망 재편’에 무게를 싣고 있다.
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1일 서울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국내 주요 시설을 방문하는 일정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지난 주에 한국을 찾은 미국 측 답사단은 방문 가능성이 있는 주요 장소를 미리 살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도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삼성전자의 관계는 ‘우호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백악관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세계 반도체 기업 19곳을 불러 공급망 복원 회의를 가졌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실리콘 웨이퍼를 직접 들어 보이며 협력을 역설했다. 올해 3월 백악관에서 주재한 반도체 대책회의에 외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를 초대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을 건립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는다면, 한국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첫 미국 대통령이 된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아직 방문 여부와 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한·미 간 경제적 유대 강화 및 협력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대비해 미국과 ‘단단한 관계’를 만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은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대체생산국이 없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2025년 반도체 공급망 재편 이후 모호한 중립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반도체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동맹 불참 땐 최악의 경우 반도체 생산이 어려워질 수 있다. 번성하던 일본의 반도체 산업도 1980년대 중반 미국의 조치로 쇠퇴하기 시작해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동맹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