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박하사탕’의 이창동 감독이 3년 만에 정상화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7일까지 전북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이 감독 특별전이 마련됐다.
특별전 주제는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이다. 디지털 버전으로 리마스터링된 ‘초록물고기’ ‘오아시스’와 ‘박하사탕’ ‘밀양’ ‘시’ ‘버닝’ 등 8편이 상영된다. 이 감독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은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이 감독도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것에 기대감을 표했다. 지난 29일 전주 중부비전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그는 “내 모든 작품을 극장에서 볼 생각이다. 관객이 (작품을 보고) 어떤 걸 느낄지 확인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창작자는 항상 결과물에 대한 반응, 호평이든 혹평이든 반응을 신경 쓸 수밖에 없고, 나 역시 어떻게 하면 관객과 넓고 깊게 소통할지 고민했다”며 “내 영화에 대한 관객의 반응을 보고 앞으로 어떤 길로 나갈지 찾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이란 주제는 ‘이창동표’ 영화의 특징을 요약한다. 이 감독은 “영화는 보여주는 매체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잘 보이지 않는 걸 관객이 느끼게 하는 것이 내 영화의 일관된 특징”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전주돔에서 최초 공개된 신작 단편 ‘심장소리’는 이 감독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의뢰로 제작한 작품이다. 우울증을 겪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보며 불안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감독은 “아이 엄마의 우울증이 어디서 온 건지,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고통을 관객이 공유하기를 바랐다”며 “엄마를 살려야 한다는 욕망, 생명에 대한 갈구로 아이가 느끼는 심장소리를 관객도 느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이 감독의 영화는 메시지를 쉽게 내비치지 않는다. 이 감독은 “쉽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힘을 가질 수 없다. 더 오래 관객의 마음에 질문이 남고 자신의 삶과 영화가 연결되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최근 영화계는 코로나19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확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감독은 “영화는 다른 인간의 감정에 가장 공감할 수 있게 하는 매체”라며 “이런 본질적인 힘이 사라질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1일에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을 만날 수 있는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연상호’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을 선보인 그는 올해도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티빙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주목받았다. 지난 29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에는 작가로 참여했다.
이번 영화제 기간에 관객의 기대를 모은 화제작은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감독 김진화)였다. 조용필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전설적인 가수 윤시내가 자신의 마지막 콘서트 직전 돌연 사라졌다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전체 상영 회차의 티켓이 단숨에 매진됐다.
마지막 날인 7일 상영될 폐막작은 ‘풀타임’이다. 비정규직 직장에 다니며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싱글맘의 극한 상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온라인 상영은 올해도 계속된다. 상영작의 절반이 넘는 112편(해외 69편, 국내 43편)을 국내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ONFIFN)에서 볼 수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