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부천 원미구에는 독특한 식당이 문을 열었다. ‘행복한 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건 이 가게는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시간에만 손님을 받는다. 손님에게 받는 점심값은 나이에 따라 다르다. 75세 이상은 1000원, 60~74세는 7000원을 내야 한다. 주방장이나 서빙을 맡는 직원도 요일마다 달라진다. 교회에서 장로나 권사 직분을 맡고 있는 장년층 20명이 5명씩 4개 팀을 짜서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런 독특한 시스템을 갖춘 식당을 개업한 곳은 부천의 성만교회(이찬용 목사)다. 이찬용 목사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식당을 차린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음식을 통해 지역 어르신을 섬기는 것이었고, 둘째는 은퇴한 교회의 나이 든 성도들이 식당 영업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았으면 하는 거였다.
이 목사는 “노후가 행복하려면 존중받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며 “은퇴한 장로님과 권사님들이 행복한 식당을 통해 일하는 기쁨을 다시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복한 식당은 가게를 찾는 손님도, 음식을 만드는 셰프도, 서빙을 하는 직원도 모두 행복을 느끼는 가게”라며 “많은 사람이 이 식당 덕분에 기뻐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행복한 식당의 규모는 소박하다. 가게 면적은 59㎡(약 18평) 정도이고 좌석은 24석밖에 안 된다. 메뉴는 백반집의 그것처럼 매일 달라진다. 가령 지난 28일의 경우 콩나물국 제육볶음 열무김치 버섯볶음 등이 식탁에 올랐다. 식사를 마친 손님에겐 간식으로 빵과 요구르트도 제공했다.
개업한 지 2주밖에 안 됐지만 행복한 가게는 지역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게가 문을 여는 오전 11시30분 이전부터 식당 앞엔 손님이 길게 줄을 서곤 한다.
식당 매니저를 맡고 있는 진명자 전도사는 “하루 100명 넘는 손님이 가게를 찾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손님이 식당을 찾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가게를 다시 찾는 단골손님도 늘고 있다”면서 “인근 식당에 피해를 줄 수 있어 60세 미만 손님이 오면 다른 식당에 가 달라고 당부하곤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접속하면 행복한 식당을 소개하는 영상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식당을 향한 성만교회 성도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영상으로, 영상 말미엔 이런 내레이션이 나온다. “화려하지 않아도, 가진 것이 적어도, 내게 주신 작은 힘도 나눠주며 사는 삶. 이것이 우리의 행복입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