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국가의 백년대계를 토론 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무척 모순적이라고 느껴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은 “남은 임기 동안 국민께 예의를 지키기 바란다”고 맞받았다. 집무실 이전을 놓고 신구 권력이 막판까지 충돌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정부 국민 청원’의 마지막 답변자로 나서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는 청원에 “청원 내용에 공감한다”며 “꼭 이전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재차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지, 이전한다 해도 국방부 청사가 가장 적절한 곳인지,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외교부 장관 공관 등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차기 정부가 꼭 고집한다면 물러나는 정부로선 혼란을 더 키울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더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윤 당선인 측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는 입장문을 통해 “문 대통령은 본인이 경호를 핑계로 파기한 청와대 개방 약속을 실천하는 윤 당선인의 노력을 돕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마지막 도리”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편가르기를 위한 반대에 집중하며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저버리기보다는 남은 임기 10여일을 소중히 여겨 국민 이익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과 관련해 사면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답변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반대하는 청원에 “청원인과 같은 의견을 가진 국민이 많다”면서도 “반면 국민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원론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