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원 지령을 받아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현역 육군 대위가 구속 기소됐다. 이 대위는 사이버 도박으로 빚에 시달려 왔으며, 수천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받는 대가로 군 내부망 로그인 자료 등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는 국방부 검찰단이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한국군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해킹 시도에 도움을 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육군 A대위(29)를 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안보지원사 조사 결과 A대위는 지난해 북한 해커의 지령을 받고 ‘육군보안수칙’ 등 군사 자료와 기밀을 여러 차례 텔레그램을 통해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A대위는 이 대가로 48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대위는 2020년 3월부터 텔레그램을 통로로 해커 일을 하는 북한 공작원과 연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A대위는 “사이버 도박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A대위는 사이버 도박으로 인한 채무에 시달렸는데, 북한 해커가 ‘비트코인을 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자 결국 포섭된 것으로 전해졌다.
A대위는 또 북한 공작원이 군 전장망 KJCCS 해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로그인 자료’를 제공하는 등 협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장망 자체는 2급 군사 기밀로 분류되지만 이 안에는 1급 기밀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킹은 실행되지 못했다. 안보지원사 관계자는 “군에서 사용 중인 전장망이 해킹됐다면 대량의 군사기밀이 유출돼 국가 안보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보지원사는 지난 1월 A대위에 대한 제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민간인 이모(38)씨도 연루된 사실을 파악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과 공조 수사를 벌였다.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이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씨도 동일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현역 장교를 포섭하거나 전장망 해킹에 협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작원은 지난해 2~4월 이씨에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약 60만 달러(7억원 상당)를 건넸다.
김판 정우진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