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삶이라는 도서관

입력 2022-04-28 19:11

다소곳한 문장 하나 되어
천천히 걸어나오는 저물녘 도서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말하는 거구나
서가에 꽂힌 책들처럼 얌전히 닫힌 입
애써 밑줄도 쳐보지만
대출 받은 책처럼 정해진 기한까지
성실히 읽고 깨끗이 반납한 뒤
조용히 돌아서는 일이 삶과 다름없음을
나만 외로웠던 건 아니었다는 위안
혼자 걸어 들어갔었는데
나올 땐 왠지 혼자인 것 같지 않은
도서관

-송경동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중

30년 가까이 거리에서 투쟁하고 농성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온 운동가 시인. 뜨거운 시간들 속에서도 어느 날 혼자 도서관에 갔던 모양이다. 저물어 도서관을 나오면서 다소곳한 시 한 편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