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성 해치지 않는 범위 수사?… 법조계 “말장난”

입력 2022-04-29 04:05
법사위 안건조정위원장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유상법 의원 등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검수완박’ 법안이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를 ‘동일성’으로 한정하는 것을 놓고 법조계 안팎의 논란이 이어진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검찰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인데, 동일성이란 기준 자체가 모호해 실무상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28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청·형사소송법 개정안) 법안 가운데 검찰청법 개정안의 경우 ‘동일성’ 규정을 삭제해 27일 본회의에 회부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당초 ‘동일한 범죄 사실’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가, 논란이 일자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문구를 고쳤다. 피해 구제와 여죄 규명을 위한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수정된 법 조항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라고 본다. 만약 살인 사건에서 공범이나 추가 혐의가 의심될 경우 검찰이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는지 등 수많은 사안에서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출신 양홍석 변호사는 “동일성이란 것 자체가 해석이 필요한 개념”이라며 “수사 단계에서는 사실상 통용되지 않던 개념이라 현행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동일한 범죄 사실이든,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든 모호하긴 마찬가지”라며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촌평했다.

법안을 추진한 여당에서도 관련 규정이 모호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판사 출신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이란 법 조항은 그냥 읽어도 갸우뚱하다”며 “검찰이 멋대로 해석해 수사권 확대를 꾀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본회의 상정안에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삭제된 대목도 논란거리다. 장애인 학대·성범죄 사건은 피해자(고소인) 대신 시민단체 등이 고발인으로 사건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찰이 불송치(무혐의 등) 결정을 하더라도 이들은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설령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검찰은 동일한 사건 범위에서만 수사할 수 있다”며 “공범이나 새로운 피해자가 확인돼도 검찰은 그 부분을 보완수사할 수 없어 사실상 이의신청이 무력화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의신청을 못 하게 되면 항고나 재정신청도 할 수가 없게 된다”며 “헌법상 재판청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명백하다”고 말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