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로 한국 입국이 금지되고 있는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5)이 비자를 발급해 달라며 낸 두 번째 소송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험지와 최전방에서 생명을 걸고 묵묵히 복무한 장병과 가족들의 박탈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28일 유씨가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유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는 앞서 취업이 가능한 재외동포비자 발급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유씨가 과거 미국 시민권 취득 목적을 숨긴 채 출국했고, 이후 20여년간 늦게라도 병역 의무를 이행하려 시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씨에 대한 비자 발급으로 인한 사익보다 이를 불허함으로써 보호해야 할 공익이 더 크다”고 했다. 단기 입국 비자로 일시적 입국은 가능하다는 점도 판단에 고려됐다.
이번 소송은 유씨가 2020년 대법원으로부터 “‘과거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얻어낸 뒤 재차 제기한 것이었다. 외교부는 대법원 판결이 절차적 문제의 지적일 뿐 “비자를 발급하라”는 의미까지는 아니었다며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사건 처분은 종전 처분의 위법 사유를 보완해 이뤄진 새로운 거부 처분”이라며 “(대법원의) 선행 취소 판결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존재가 말단의 역할로 소집돼 목숨을 걸고 많은 고통과 위험을 감수하는 대한민국 장병과 가족들에게 큰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전쟁의 위협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부과되는 병역의 의무는 ‘공정한 책임의 분배’가 특히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