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즈’가 시즌 초반 KBO리그를 강타하고 있다. 투타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베이징 키즈(1998~2001년생) 중에서도 최대 계파를 형성할 기세다.
지난 10여년간 KBO에서 ‘젊은 피’를 상징하는 세대는 1990년생이었다. 지금은 해체된 두산의 ‘90즈’ 허경민·정수빈과 박건우(NC)를 필두로 오지환·박해민(LG) 김상수(삼성) 안치홍(롯데) 등은 각 팀 핵심 베테랑이 됐다. 이제는 1999년생·2018드래프트 출신으로 어느덧 프로 5년차가 된 99즈가 리그 적응을 마치고 새로운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당장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가능 연령이기도 해 향후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 확실시 된다.
데뷔 시즌부터 압도적 퍼포먼스로 리그 대표 강타자가 된 강백호(KT)는 99즈의 간판이면서도 ‘아웃라이어’(규격외)에 가깝다. 발가락 피로골절로 복귀에 2~3개월이 더 소요될 강백호를 대신해 99즈의 활약을 이끄는 선두주자는 ‘리틀 이대호’ 한동희(롯데)다. 한동희는 시즌 초반 타율(0.421) 홈런(6개) 1위, 안타(33개) OPS(1.208) 타자WAR(1.54) 2위, 타점(17) 3위 등 타격순위 상위권을 장악하며 리그를 폭격하고 있다.
27일 SSG와 경기에서도 6회 말 리그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2루타를 뽑아내는 등 3타수 1안타 2볼넷으로 만개한 기량을 뽐냈다. 특히 연장 11회 말 SSG 이태양이 한동희를 거르고 이대호와 승부하는 장면은 한동희의 존재감이 어떤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은퇴 시즌인 이대호의 뒤를 이어 사직의 4번 타자로 순조로운 대관식을 치르는 중이다.
키움 에이스 안우진도 리그 내 토종 투수 중 압도적 구위를 뽐내는 중이다. 26일 한화와 경기에서 승리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최저 155㎞, 최고 159㎞의 초고속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6이닝 3피안타 2실점에 삼진 11개를 기록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국내 투수들을 모두 존중하지만 안우진이 현재 리그 최고 투수인 것 같다”며 “구위가 믿을 수 없이 좋았다. 직구뿐 아니라 제2, 제3의 구종까지 다 원하는 대로 던진다”고 찬사를 보냈다.
안우진은 28일 현재 탈삼진 40개로 리그 전체 1위를 질주 중이다. 다만 프로 입성 전 학교폭력 논란으로 인해 국가대표 자격이 영구 박탈된 상황이라 에이스급 존재감에도 대표팀 활약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1년 유급으로 2019드래프트 출신이긴 하지만 LG ‘믿을맨’ 정우영도 1999년생이다. 올해 9경기에 나서 방어율 0.87, 5홀드를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필승조로 활약중이다. 평균 150㎞, 최고 156㎞의 빠른 공을 던지는 옆구리 투수로 국제무대 경쟁력도 충분하다. 땅볼 유도 능력이 탁월해 지난 5일 키움 야시엘 푸이그에게 맞은 피홈런을 제외하고는 뜬공을 거의 허용하지 않은 점도 인상적이다.
두산의 차기 에이스를 꿈꾸는 곽빈 역시 99즈 멤버다. 청소년 대표 시절 혹사로 팔꿈치 수술을 받고 2년여 재활을 거친 곽빈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활약에 이어 올해도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며 1승 2패 방어율 2.21로 차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워낙 스터프가 좋은 정통파 투수인 데다 커브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4, 5피치까지 준수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선발 자원이라 국대 승선 가능성도 높다.
이 밖에 나성범(KIA) 보상선수로 NC에 새 둥지를 튼 하준영, 시즌 초 선발기회를 받았지만 아쉬운 모습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양창섭(삼성)과 신민혁(NC), 두산의 대체선발 1순위 박신지, LG의 야수조 샛별 송찬의와 퓨처스 홈런왕 출신 이재원, 롯데 정보근, 삼성 공민규, KT 김민 등도 장래가 촉망되는 99즈 멤버들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