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월드클래스 김연경, V리그 MVP 양효진이 은퇴한 여자배구는 세대교체를,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5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한 남자배구는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각오를 다짐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신임감독은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화상 기자회견을 갖고 “오랫동안 함께해 왔던 선배 선수들이 빠졌다”며 “지금부터 새로운 대표팀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2020 도쿄올림픽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세자르 감독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전 감독의 후임으로 새 사령탑에 올랐다. 세자르 감독은 “배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김연경 같은 선수를 다시 찾기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원팀 배구에 중점을 둘 것이다. 각 선수에게서 최상의 장점을 뽑아내 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당면한 큰 목표는 파리올림픽 진출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기존의 대륙별 예선전을 없애고 올림픽 진출권 부여 방식을 변경했다. 남녀 각 12개국이 진출하는데 프랑스를 제외하면 진출권은 11장이다. 6장은 올림픽 예선대회 상위 6개국이, 나머지 5장은 세계랭킹 순으로 가져간다. 여자대표팀은 현재 14위다. 세자르 감독은 “이제는 마라톤 레이스”라며 “2년반 동안 매 순간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많은 랭킹포인트를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 열리는 여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는 첫 시험대다. 세자르 감독은 “아포짓 라이트 공격수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한국 선수의 장점을 살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헌 남자대표팀 감독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오는 7월 챌린저컵을 앞두고 각오를 다졌다. 세계랭킹 33위인 남자팀에게 올해 참가 가능한 국제대회 중 랭킹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다. 임 감독은 “그동안 남자팀은 국제대회 기회가 적어서 답답했다”며 “유럽은 높이와 힘이 좋고 스피디한 팀이 많다. 정교함과 조직력을 강화한 ‘정확도 있는 스피드 배구’를 통해 이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V리그 여자부 7개팀은 이날 서울 강남구에서 리베라호텔에서 비대면으로 열린 ‘2022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다음 시즌 함께할 외국인 선수를 지명했다.
이번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힌 니아 리드(미국)는 1순위 지명권을 얻은 페퍼저축은행의 선택을 받았다. 2020년 2021년 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신 리드는 ‘삼수’ 만에 1순위로 지명되며 V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2021-2022 시즌 브라질리그 수페르리가에서 득점 1위(461점)에 오르는 등 기량이 급등하면서 구단들이 눈도장을 찍었다. 189㎝의 리드는 힘이 실린 빠른 스윙과 탄력이 좋은 운동능력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2순위 지명권을 얻은 KGC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1순위로 페퍼저축은행에서 활약한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를, 3순위 흥국생명은 KGC인삼공사에서 활약한 옐레나 믈라제노비치(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지명하며 두 선수가 모두 V리그 활약을 이어간다.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에는 새 얼굴이 지명됐다. 기업은행은 아제르바이잔 국가대표 출신 아나스타시아 구르바노바를, 한국도로공사는 세르비아 국가대표를 지낸 카타리나 요비치를 지명했다. 두 선수는 각각 190㎝와 191㎝ 장신 공격수다.
지난 시즌 공격 종합에서 각각 1, 2위를 기록한 모마 바소코와 야스민 베다르트는 각각 GS칼텍스와 현대건설에 잔류했다. 모마는 득점(819점)과 공격 종합(47.3%) 모두 1위를 차지했고, 야스민은 득점 4위(674점)와 공격 종합 2위(성공률 42.81%)에 오르며 현대건설의 압도적 정규리그 1위에 기여했다. 남자부 드래프트는 2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