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획재정부 내에서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와 호흡을 맞출 차관이 누가 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건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2차관 인사다. 통상 2차관의 경우 예산실장이 승진 기용되는 것이 관례지만, 정권 교체기에 이 공식이 지켜지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 출범 때는 기획관리실장이던 변양균 전 정책실장이 기획예산처 차관으로 기용됐고 장관까지 올랐다. 그는 사회예산심의관 등을 지냈지만 전형적인 ‘나라 곳간지기’ 승진 코스를 밟은 것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명박정부 때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가 합쳐지면서 생긴 2차관 자리는 더불어민주당 성남시장에 전략공천된 배국환 삼표 부회장이 차지했다. 당시 그는 재정전략실장이었고, 재정운용실장(예산실장)이던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통계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재인정부 출범 때도 박춘섭 예산실장이 조달청장으로 밀려나고, 한국동서발전 사장이던 김용진 전 2차관이 복귀했다. 정권 재창출이 이뤄진 박근혜정부 때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예산실장에서 승진해 2차관이 됐다.
다만 이번에는 정권 교체기 예산실장 낙마 ‘징크스’가 깨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강력한 2차관 후보인 조규홍 경제1분과 전문위원(32회)과 최상대 현 예산실장(34회)이 초반 ‘쌍벽’을 이뤘지만, 최근 분위기가 최 실장에게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실장은 코로나19 시기 예산총괄심의관·예산실장으로 근무하며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했다. 또 포항 출신에 이명박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도 근무했다. 조 전문위원은 예산총괄과장·경제예산심의관 등을 거쳤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최 실장은 업무 능력뿐 아니라 후배 공무원들에게 신망이 두텁다는 평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8일 “최 실장이 2차관이 되면 정권 교체기 징크스를 깬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