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부활의 표적만 보고 달려가던 중 백혈병 진단… 기약 없는 삶에도 변치 않는 주님만 믿고 동행

입력 2022-05-02 03:09

작은 일에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는 늘 마음을 붙잡아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주위를 피곤하게 만드는 자신이 무척 싫었지만 그래도 힘든 고등학교 3년을 견뎌내고 춘천교대에 입학했다. 자연히 대학생활 목표는 누구도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력을 해도 조금만 힘들면 또 다시 도와줄 누군가를 찾곤 했다. 어느 날 친구가 자신은 가수 서태지에게 매일 일기를 쓰면서 우울했던 성격이 많이 밝아졌다는 기막힌 얘기를 듣고, 나도 그런 변화의 대상을 찾다가 결국 하나님을 생각했다.

그러나 믿음이 너무 막연하고 막막해 있을 때, 친구를 통해 한마음교회 언니를 만났다. “네가 하나님을 믿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님이 눈에 안 보이기 때문이지? 그런데 예수님이 자기가 하나님이라고 했어. 그러니 우선 예수님을 보고, 그분이 하나님인 것만 증명되면 해결되는 게 아냐?” 순간, 터널 속에서 빠져 나온 듯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이것 딱 하나만 확인하겠다며 대학생활 목표를 새로 설정하고 4복음서에 집중했다.

십자가 사랑에 감격해 눈물도 펑펑 흘렸다. 그러나 오병이어의 기적, 물 위를 걷는 장면, 홍해를 가른 일 등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의심들만 쌓여갔다. 그때부터 인생을 걸고 금식을 하며 성경 말씀을 파고 요한복음을 통째로 암송했지만, 도무지 해결되지 않았다. 나중에는 두 손발 다 들고 하나님 앞에 나갔다. “하나님,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힘으로는 안 돼요. 죽이든, 살리든 하나님께 달렸으니까 제발 저 좀 인도해 주세요.” 그리고 여름수련회에 참석해 교회의 어느 언니를 만났다.

“너 혹시 예수님을 네 생각과 감정으로 믿으려는 것이 아냐? 생각과 감정으로는 절대 하나님을 알 수도, 믿을 수도 없어!” 했다. “아니, 그럼 도대체 뭘 통해 예수님을 믿어요? 지금 생각하고, 느끼고, 반응하는 이게 나인데요?” 했다. 집에 돌아와 신앙잡지에서 ‘부활! 사망권세를 뚫는 유일무이한 사건!’이란 글을 발견했다. ‘아니, 예수님의 부활이 그렇게 대단해?’ 하는데 갑자기 ‘썩지 아니함을 당하리라.’는 말씀이 뇌리를 스쳤다. “맞아! 메시야는 썩지 않는 몸으로 다시 살아난다고 했지?” 급히 성경을 뒤졌는데 닫힌 문으로 통과하고, 살과 뼈가 있고, 생선을 먹고, 못자국과 창자국이 있고, 사람들이 보는 데서 올라가는 말씀 앞에 딱 멈췄다.

‘진짜였구나! 제자들이 진짜 봤구나! 예수님이 썩지 않는 몸으로 다시 살아나셨구나! 예수님의 말씀들이 다 실제구나!’ 나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 “제자들이 생명까지 걸고 전해주어도 네가 아는 것이 전부라며 네가 하나님인 양 살아왔기 때문에 믿지 못한 거야.”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가슴에 전해졌다. 정말 내가 주인 되어 악한 중심으로 살아 온 모든 것이 하나님 앞에서 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바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그 때부터 모든 것이 오케이였다. 누가 화나게 해도 패스, 힘든 일이 생겨도 패스였다. 이주한 고려인에게 찾아가 복음을 전하는 등 주와 복음을 위해 기쁘게 날아다녔다. 그러나 가끔 말씀과 기도가 막히고, 기쁨과 감격이 사라지며 모든 것들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정확하게 부활의 주님을 만났는데 왜 이런 신앙의 기복이 올까?’ 하며 고민할 때 목사님께서 우리 지역에 부흥집회를 인도하러 오셨다. ‘이 시대 교인들이 왜 힘들까? 청년들이 교회를 왜 떠났는가?’라는 주제로 말씀을 선포하시던 중 어느 형제의 ‘자신이 붙잡고 있는 것 때문에 정작 전능자가 이 땅에 오셔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사건 자체가 얼마나 큰 것인지 보지 못했다.’는 간증을 보여주셨다. 그 순간, 내가 왜 힘들었는지 알게 됐다. ‘감격과 비췸이 안 온다고 예수님의 부활 사실이 없어지고 네게 아무 의미 없는 일이 되느냐?’는 하나님의 음성이 마음에 울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 후, 느낌과 감정이 아닌 오직 부활의 표적만을 붙잡고 흔들림 없이 달려갔다.

그러다 2017년 갑자기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항암과 골수이식의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골수이식 후 찾아온 이식편대 숙주 반응으로 폐가 25%만 남았다. 겨우 숨을 쉬고 식사도 혼자 못하며 기약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다 폐렴으로 입원하며 정말 죽음 앞에 섰다. 하나님 앞에 혼자 서니 내 모든 것이 사라져도 절대 변하지 않을 딱 한 가지가 보였다. 그것은 내 인생에 전능자가 찾아와 주신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모든 시간을 함께 계셨던 주님의 사랑이 보이며 마지막 호흡의 순간까지 주님과 뜨거운 사랑으로 살아갈 확신과 기쁨이 임했다.

지금도 여전히 나의 폐기능은 25%인 채로 위험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주님과 함께 꽃이 필 수 있음을 보여주시고 이런 나의 이야기를 시로 쓰게 하셔서 카톡으로, 홈피 예배로 하늘나라 채널의 배달부가 되어 주님이 주신 시와 글을 기쁘게 전한다. 천국에 올라가 밤새 이야기할 수 있도록 주님과 나의 동행 이야기들이 더욱 넘쳐났으면 좋겠다.

이재영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