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넘치는 인물, 재치 있는 서사로 국내 유수의 문학상을 휩쓴 김중혁이 7년 만에 다섯 번째 소설집 ‘스마일’을 냈다. 표제작 ‘스마일’, 심훈문학상 대상을 받은 ‘휴가 중인 시체’를 포함해 다섯 편의 작품을 묶었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삶과 갑작스러운 죽음을 다룬다. 소설 속 인물들은 타인의 죽음으로 인해 방황한다. 작가는 거부할 수 없는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던진다.
‘스마일’에서 데이브 한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 한 승객의 죽음을 목격한다. 죽은 남자의 얼굴은 오랫동안 데이브의 눈에 남는다. ‘왼’에서 주인공 기하는 칼리와 부족민들의 결투를 지켜본다. 이튿날 그들 중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되고, 그들의 결투 장면은 끊임없이 기하의 눈앞에서 재생되는 것만 같다.
‘휴가 중인 시체’엔 ‘나는 곧 죽는다’는 문구가 적힌 버스에서 생활하며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인물이 등장한다. TV에서 우연히 그를 본 ‘나’는 그 사람의 눈빛을 뇌리에서 지우지 못한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음악을 재생시켰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음악이 꺼져 있을 때가 있다. 나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음악이 사라졌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소설 속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음악이 꺼진 걸 알고 난 후에도 나와 소설 속 주인공 모두 더 이상은 음악이 필요하지 않았다. 음악이 꺼진 채로 우리는 이야기를 계속 나누었다.”
김중혁은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그는 장편소설을 쓰기 전에는 소설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노래를 골라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지만 단편을 쓸 때는 소설을 써나가다가 노래와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엔 비치보이스의 ‘서핑 USA’가, ‘휴가 중인 시체’엔 다이애나 크롤의 ‘윈터 원더랜드’가 등장한다. 김중혁은 ‘차오’를 쓸 땐 더 카스의 ‘드라이브’가 생각났다고 했다.
저자는 2000년 ‘문학과 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 ‘1F/B1 일층, 지하 일층’ ‘가짜 팔로 하는 포옹’ 등을 썼다. 장편소설 ‘좀비들’ ‘미스터 모노레일’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나는 농담이다’와 시리즈 소설 ‘내일은 초인간’,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 등을 발표했다.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심훈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