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7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의 마지막 관문인 국회 본회의에서 극한 대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 중재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막아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국민투표’라는 초유의 카드까지 꺼내 들며 검수완박 저지에 총력을 다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5시 국회 본회의를 전격 소집했다. 앞서 박 의장은 오후 2시 양당 원내대표를 불러 회동을 가졌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본회의 개회를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중재안이 곧장 표결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애초 중재안에 합의했다가 입장을 선회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첫 주자로 나서 2시간 3분 동안 발언을 이어갔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은 기만적인 정치공학의 산물”이라며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 진짜 검찰개혁이라면 지난 5년 동안 무엇을 하다가 정권 말기에 군사작전 하듯 법안 통과를 하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웅 의원은 국민의힘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서 “검수완박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산자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직권남용 범죄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던 임시국회 회기를 짧게 끊어 가는 일명 ‘살라미’ 전략으로 대응했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 시한이 27일 밤 12시로 끝나는 안이 통과되면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역시 이 시점을 기준으로 종료됐다.
해당 안건은 사흘 후로 예정된 다음 회기 시작일(30일)에 자동으로 회부돼 표결에 부치게 된다. 이번 필리버스터로 처리 시간은 늦췄지만 법안 통과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나섰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과 야합을 한다면 국민들께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국민투표 시점에 대해서는 “지방선거 때 함께 치른다면 큰 비용도 안 들고 국민들께 직접 물어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수완박에 대한 국민투표가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국민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국민투표법 14조1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효력이 상실됐다”며 “현행 규정으로는 국민투표 실시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켰던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안건조정위에서 통과시키는 과정에 법률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정현수 손재호 김승연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