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에 대비한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용적·절차적 위헌성이 명백하다는 판단 아래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통해 검찰 수사권 폐지를 막겠다는 의도다.
검찰은 법안이 시행되면 국정농단 사건이나 살인청부 사건처럼 실체를 발견하기 어려운 사건이 묻힐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검찰의 우려는 크게 공직자 범죄 수사 불가, 보완수사 제한, 기소와 수사 검사 분리, 선거사범 이중특혜로 정리된다.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은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법안과 같이 검찰이 수사를 못 하도록 하고, 검사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것은 내용상 위헌 소지가 있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국민 생명과 신체에 직결되는 법안을 충분한 논의 없이 강행 통과시키는 건 절차상으로도 헌법에 어긋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대검은 헌법재판소에서 법안의 위헌성을 다투기 위한 법리 검토도 이어가고 있다. 이근수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헌법에 검사, 검찰총장이라는 문구가 있어 검찰도 (권한쟁의심판 청구 자격인) 헌법상 국가기관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며 “법무부 장관도 청구인 적격성이 있다는 게 저희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가처분 인용 가능성을 놓고도 그는 “인용 시와 기각 시 결과를 비교하게 돼 있는데, 여기서 ‘질서의 혼란’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헌재가 검수완박 법안대로 바꾸는 것과 일단 멈추는 것 사이에서 혼란함의 정도를 따져볼 것이란 취지다.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헌법 문제 외에 각종 부작용도 안고 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우선 논란이 된 부분은 공직자 범죄 수사권 폐지다. 현재 개정안대로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 대한 청와대 자료 유출 혐의(공무상비밀누설) 등에서 시작된 수사가 대기업 뇌물죄까지 연결됐던 국정농단 사건은 애초 파헤쳐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검찰은 짚었다. 검찰이 공직자 범죄를 수사할 수 없게 돼 해당 사건처럼 공직자 범죄 관련 혐의가 부패범죄로 연결되는 범죄에 대한 대응에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제한적인 보완수사 범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이 최근 5년간 보완수사를 통해 인지·구속한 공범은 형사부만 979명에 이른다. 하지만 개정안 속 ‘동일한 범죄사실’이란 범위 내에서 보완수사가 이뤄진다면 공범·진범 수사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배우 송선미씨 남편 살인 사건에서 범행을 청부한 사촌을 찾아낸 것도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였다. 김지용 형사부장은 “동일한 사건만 수사하라고 한다면 은닉한 범죄수익을 찾아 환수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 개시한 사건의 기소권을 분리하도록 한 것도 비효율적이란 지적도 나왔다. 현재 법원에서 재판 중인 삼성 불법합병 사건의 경우 투입된 10여명의 검사가 만든 수사 기록이 20만 페이지를 넘어간다. 문홍성 반부패강력부장은 “이런 사건에서 수사팀이 기소를 못 하게 되면 기소검사가 이 많은 기록을 다 읽고 기소하는 게 가능한지, 오류 가능성이 얼마나 클지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은 선거범죄 수사권 이관 시점을 올해 12월로 유예한 것 역시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내년부터 선거사범은 6개월 단기공소시효, 검찰 수사 폐지라는 이중특혜를 보게 된다는 얘기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