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차기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을 발표했다. 대규모 항체조사, 지역·대상별 맞춤형 방역 등 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했으나 방역 당국이 예고한 발표와 어긋나는 일정을 내놓는 등 불필요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27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했다. 총 5개 분야의 34개 과제로 분기별 항체조사,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등이 담겼다. 안 위원장은 “(현 정부는)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여 (방역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정무적 판단이나 국민 여론에 의해 결정했다”며 “새 정부 방역 정책은 (전문가 의견을 우선하는) 거버넌스 개편과 대국민 소통강화”라고 규정했다.
첫손에 꼽힌 대책은 항체 조사다. 기존에는 특정 지역에 최대 2000명 규모로 실시한 데서 더 나아가 분기별 전국 단위 1만명 규모로 정부 출범 한 달 내 추진키로 했다. 인수위는 지역·대상별 항체 형성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방역정책을 수립하거나 백신 접종 주기 결정 근거로 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항체양성률이 높은 지역은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등 탄력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른 전염병과 달리 코로나19는 변이가 많고 시간 경과에 따라 항체가 감소하기에 항체양성률이 접종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역별 방역정책을 수립한다는 것 역시 우리나라 국토가 좁고 인구 이동도 많은 형편을 고려하면 황당한 얘기”라고 평했다.
인수위는 가을에 새 변이가 대유행할 시 사회적 거리두기도 다르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업종 등) 이상한 기준이 아니라 과학적 기준에 의해 거리두기를 할 것이다. 밀집·밀접·밀폐의 기준을 가지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거리두기 시) 고위험 다중이용시설에 환기설비 기준을 만들고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목을 끈 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여부 발표 일정이다. 앞서 정부가 29일 발표를 예고했으나 안 위원장은 “다음 달 하순에 상황을 보고 판단하려고 한다”고 했다. 현 정부가 예고한 일정과 인수위 발표가 어긋난다는 지적에는 “(지금까지는) 거의 저희가 권고하면 (방역 당국이) 그다음 날 바로 시행했다. 정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지켜볼 문제”라며 사실상 당국을 압박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회견은 인수위 발표와 같은 시각 시작됐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관련 질문이 쇄도하자 “같은 정부 기구 간 내용에 대해 직접 답변하기도 좀 어렵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인수위가 (정부와) 합의를 하고 발표했어야 한다. 시민들 입장에선 혼선이 올 수밖에 없다”며 “소모적이고 의미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