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못쓰는데, 더 늘리는 백신 부작용 예산

입력 2022-04-28 04:05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백신 부작용으로 지급되는 의료비와 사망위로금을 확대키로 했다. 돌연사 중 사인 불명인 경우에도 1000만원을 준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미 책정된 예산도 제대로 쓰이지 않는 상황이라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27일 ‘코로나19 대응 100일 로드맵’에서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추가 보상안을 발표했다. 백신 보상과 관련해서는 근거자료가 불충분해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의료비 지원을 기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사망위로금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는 접종 후 일정 기간 내 돌연사에 대해서도 1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백신 부작용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크게 4가지다. 인과성이 명백한 경우, 인과성에 개연성이 있는 경우, 인과성에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이상반응 관리’로 피해보상이 이뤄진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가 개연성이 있으나 근거자료가 불충분한 경우에는 ‘인과성 불충분’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인과성 불충분의 경우 지급되는 의료비와 사망위로금에 대한 예산은 이미 210억5000만원이 책정돼 있다. 백신 이상반응 관리에 책정된 예산 81억원을 더하면 백신 부작용 보상과 관련한 예산만 291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따지기가 쉽지 않아 예산이 있어도 집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인수위에 따르면 지금까지 접수된 보상 신청은 7만270건인데, 이중 실제 보상이 결정된 경우는 1만3590건(19.3%)에 그쳤다. 백신 때문에 숨졌다고 인과성이 인정된 건 6건이다.

인수위는 인과성 입증 책임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입증 책임을 본인이 아니라 국가가 입증하도록 부담을 완화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 입증 책임을 질병관리청장에게 두거나, 인과성과 상관없이 보상금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이렇게 찔끔찔끔 보상 범위나 금액을 늘리는 방법은 지금까지 백신으로 피해를 본 이들에게 더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입증 책임 완화가 아니라 입증 책임 전환 혹은 그에 준하는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의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상 체계와 인과성 평가 체계를 같이 다루면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며 “보상은 보상대로, 인과성은 인과성대로 평가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