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 졸속 입법,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본다

입력 2022-04-28 04:01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회는 27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도하며 반발했지만, 원내 다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70년 이상 이어진 형사 사법체계가 법안 발의 2주 만에 뒤집힐 위기에 처했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민주당은 전날 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안건조정위·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처리 과정 자체가 졸속이었다. 법안소위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해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의결했다. 여야 이견 조정을 위해 최대 90일의 활동 기한을 둔 안건조정위는 ‘위장 탈당’ 민형배 의원이 야당 몫으로 배분돼 10여분 만에 무력화됐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막후 협의를 거친 수정안이 아니라 ‘민주당 안’으로 불리는 소위안이 통과됐다. 국민의힘이 강행 처리에 반발하자 조정안을 상정하지도 못한 채 다급하게 소위안을 단독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졸속 입법은 문제를 남기기 마련이고,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본다. 입법 의도가 정파적 이해관계에 좌우되면 특히 그렇다. 2년 전 졸속으로 처리했던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 3법)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모두 알고 있다. 1년 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졸속 처리했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초래할 미래는 암울하다. 수십조원 혈세는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올 것이다. 3년 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도 그랬다. 민주당이 개혁이라며 밀어붙였던 법안들의 성과는 대개 좋지 못했다. 반대편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들만 옳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을 제외한 대부분 전문가는 검수완박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그런 비판을 무시한 채 강행 처리에만 몰두하고 있다. 물러나는 문재인 대통령도, 곧 야당이 되는 민주당도 법안이 가져올 부작용은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 책임도 크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하고도 3일 만에 파기했다. 이후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고 강행 처리만 비난하고 있다. 자가당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검수완박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을 검토하겠다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다. 여야는 파국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