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올해 창립 3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한국교계의 갱신과 사회 약자 보호를 위해 활발한 윤리 실천 운동을 벌여 왔다고 자부하는 기윤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정병오(사진) 대표를 통해 살펴봤다.
27일 서울 용산구 기윤실 사무실에서 만난 정 대표는 기윤실이 최근 펴낸 ‘기윤실 32년사’ 얘기부터 꺼냈다. 정 대표는 기윤실이 그동안 한국교회 역사와 기독 시민운동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해 온 만큼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필요했다며 출간 동기를 밝혔다.
그는 “(이 책은) 시기별로 기윤실 주요 사역의 배경과 철학, 실행과정에 참여했던 헌신자들의 수고와 고민, 주요 성과와 남은 과제 등을 상세하게 다뤘다”면서 “한국교회 다음세대들이 선배들의 고민과 성과 위에서 자신들이 직면한 과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 사역을 감당해야 할지 도움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35년간 기윤실이 해 왔던 역할을 크게 4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기독교인이 가정과 직장, 지역사회의 시민으로서 기독교 윤리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및 실천 동력을 제시했다. 둘째는 목회 대물림, 금권선거 등 한국교회 내 병폐를 지적하고 개선하기 위한 운동과 교회가 세상에서 모범이 되는 역할을 하기 위한 방안 제시 및 확산 운동을 해 왔다. 셋째는 고통받는 이웃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제시 및 사랑 실천을 선도해 왔다. 마지막으로 좋은교사운동, 기독법률가회 등 각종 기독 전문인 단체의 모태 역할을 했다.
기윤실은 활발한 활동 속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정 대표는 “불법 선거가 판을 치던 시절 기윤실이 중심이 돼 공명선거운동을 펼친 결과 이것이 법과 제도로 반영된 것이 가장 큰 성과로 기억된다”며 “중대형 교회의 불법적 목회 대물림에 지속적으로 제동을 건 것도 성과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판적 역할을 하다 보니 어려움에 직면하는 때도 있었다. 정 대표는 “교계의 불법과 사회 불의를 지적하다 보니 수많은 공격을 받았다”면서 “교회들의 후원이 끊어져 재정적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외부 단체의 소송에 오랜 시간 시달리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성도들의 변함없는 격려와 지지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앞으로 기윤실이 추락한 한국교계의 신뢰 문제, 청년세대 문제, 심화하는 사회적 불평등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스스로 제거하고 신뢰를 받게끔 제도적 대안을 만들어가려 한다”고 했다. 이어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부채 문제와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사역과 더불어 사회적 약자들을 발굴해 교회가 먼저 돕고 제도적으로 관련 문제가 해결되도록 하는 일에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