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랜선 타고 ‘옴니채널’ 선교한다

입력 2022-04-28 03:03
꽃재교회 성도들이 지난 24일 서울 성동구 교회 예배당에서 화상을 통해 멕시코 선교사인 서정현 목사의 선교 사역 이야기를 듣고 있다. 꽃재교회 제공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성동구 꽃재교회(김성복 목사)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예배당에 설치된 대형 화면들엔 멕시코 중부 케레타로에서 사역하는 서정현 목사가 등장했고, 그는 멕시코에서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있는지 들려줬다. 꽃재교회 관계자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매달 두세 번 정도 온라인을 통해 해외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며 “선교사들이 직접 설교를 맡기도 하고 기도제목을 나누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꽃재교회에서 벌이는 일들은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 이 교회 성도들은 온라인을 통해 해외 선교 현장의 상황을 청취하고 ‘랜선 성지순례’에 참여한다. SNS를 통해 선교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때도 많다. 김성복 목사는 이런 변화를 ‘옴니채널’ 방식이라고 명명했다. 옴니채널은 모든 것을 의미하는 ‘옴니(omni)’에 경로를 뜻하는 ‘채널(channel)’을 합한 조어로, 모든 경로를 활용한 선교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꽃재교회는 옴니채널 방식으로 의료선교를 전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 목사는 “교회에는 의사, 약사 같은 전문가가 많다”며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해외에 있는 선교사나 현지인을 상대로 건강 세미나를 열고 화상 진료를 벌이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옴니채널 선교는 모든 교인이 선교지로 가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수십 년 걸렸을 일들이 코로나 덕분에 빨리 현실화됐다. 완전히 새로운 선교의 세계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옴니채널 방식의 선교는 코로나가 남긴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의료봉사회(대표 현옥철 목사)가 벌이는 일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봉사회 사무실에서 만난 현옥철 목사는 스마트폰을 꺼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의료선교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그의 휴대전화엔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브룬디 캄보디아 탄자니아 라오스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들과 각각 개설한 단체 채팅방 8개가 운영 중이었다. 채팅방에서 선교사들은 통증의학 전문가이기도 한 현 목사에게 현지 환자들의 병세를 설명했고 현 목사는 진단을 해주고 있었다.

현 목사는 “코로나 탓에 해외 현장을 방문하긴 힘들었지만 오히려 의료선교는 더 활성화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단체의 꿈이 원격 진료를 활성화하는 거였는데 코로나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며 “코로나 덕분에 원격 진료에 필요한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선교는 현장에 가야 선교’라는 식의 분위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국경이 막히면서 선교도 다른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죠. 앞으로는 의료선교의 형태가 크게 바뀔 겁니다. 스마트폰을 통한 실시간 네트워크가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거예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