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특별한 사람이 되지 않을 권리

입력 2022-04-30 03:07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비교합니다. SNS가 그러한 경향을 가속시킵니다. ‘누구는 어디 여행 갔구나’ ‘저렇게 좋은 곳에서 식사하는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스스로 한없이 초라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세상은 잘 풀린 사람들의 무대인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사람을 그렇게 대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제자들은 대부분 어부였습니다. 당시에도 가장 사회적으로 평범한, 아니 배운 것 없고 이름 없는 민초에 가까웠습니다. 본문에서 바울 사도는 형제 중에 ‘지혜로운 자’ ‘능한 자’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 세 가지는 요즘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 아닙니까.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가 되길 원하고 금수저 태생을 부러워합니다. 또 좋은 학벌을 선망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말씀합니다. 예수님이 택하신 일꾼들은 그와는 정반대라고 말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아래위가 뒤바뀐 곳이라고 말합니다.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은 가장 비천한 마구간에서 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늘 하찮게 여김을 받던 평범한 사람들, 작은 자들과 함께하셨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반 일리치라는 사상가는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라는 책을 썼는 데 정말 그렇습니다. 오늘의 세상은 스스로 자꾸만 쓸모없게 느끼도록 만듭니다. 유명하거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신조어 중 ‘이생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뜻인데요, 참으로 가슴 아픈 말입니다. ‘누구는 저렇게 잘나가는데’ ‘누구는 저 나이에 저런 것들을 일구어 놓았는데’ ‘나는 내 전문 영역도 없고 이름도 없고 내가 설 자리는 없구나’ 이런 생각들이 사람을 비참하게 만듭니다. 하나님께서 있는 모습 그대로 귀하게 창조한 한 인생을 이렇게 초라하게 만드는 것은 얼마나 큰 죄입니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잘난 사람만을 위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요. 그것이 더욱 심화하여 모든 면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 되는 건 아닌지요. 하나님 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유명이든 무명이든, 영향력이 크든 작든, 집안이 환경이 어떠하든, 그 모든 이들이 존귀한 자로 대접받는 것이 하나님 나라의 원리입니다.

오늘 설교 제목을 ‘특별한 사람이 되지 않을 권리’라고 정해보았는데 좀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특별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동일하게 행복할 권리가 모두에게 있다’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각 사람을 귀하게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것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그분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 오히려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하찮게 여김 받는 이들과 늘 함께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는 그들의 것이라고,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마음이 많이 약해집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자꾸만 자신이 쪼그라들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기억합시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 지위, 신분, 외형 등의 허상을 깨뜨려버리고 예수님이 하신 대로 사람을 있는 그대로 품읍시다. 서로를 무엇으로 규정하려 하지 말고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입시다.

또한 스스로를 그렇게 사랑합시다. 특별한 존재가 되지 않아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주신 것입니다.

이재윤 목사(주님의숲교회)

◇이재윤 목사가 개척한 서울 성북구 주님의숲교회는 기독교 문화공간 ‘나니아의 옷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접촉점을 통해 젊은 세대와 선교적 대화를 나누는 사역에 힘쓰는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