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

입력 2022-04-27 04:02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사진) 대통령은 2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추진하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대해 “저는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고 우려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JTBC 대담, 문재인의 5년’ 2부에서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국가의 백년 대계인데, 어디가 적절한지 등을 두고 (윤 당선인 측이)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 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3월 말까지 국방부 나가라, 방 빼라. (국방부 청사에서) 5월 10일부터 업무 시작하겠다’ 라는 식의 일 추진은 정말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는 결정과 일처리 방식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윤 당선인의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발언에 대해선 “소통은 의지의 문제이지, 장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마당에 신구 권력이 크게 갈등할 순 없는 것”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집무실 이전에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 측이 추진 중인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선 “(윤 당선인 측이) 잘 알지 못한 채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하면 맞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국정) 경험자의 의무”라고 말했다.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선제타격론’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선제타격을 얘기한다든지,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버르장머리를 고친다’고 거칠게 표현하는 것은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 정도면 모르겠으나, 국가 지도자로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1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가정해 “킬체인이라고 하는 선제타격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발언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향해 “후보 시절 모드와 대통령 모드는 달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윤 당선인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공약에 대해서도 “오로지 선거용 발언”이라며 “(대선 후보가 아닌) 대통령 모드라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 보유 필요성에 대해선 “현실적이지 않은 걸 넘어 어처구니없고 기본이 안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담한 결정으로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것이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지금은 평가하기에 적절한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최근 북한이 ICBM을 발사하고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상황을 고려한 대답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오히려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데 성공한 대통령이었다고 기억될 수 있다면 저로서는 최고의 영광이겠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