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6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처리 절차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연이어 개최하고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앞서 국민의힘이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재논의를 요구하자 민주당은 이를 ‘합의 파기’로 보고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낸 것이다. 국민의힘은 소위와 전체회의에서 강력 반발했지만 수적 우위를 점한 민주당을 막을 수 없었다.
민주당이 이날 속전속결로 법사위를 통과시킨 법안은 기존 중재안대로 검찰 수사 범위를 6대 범죄 중 부패와 경제 범죄 2가지로 제한하는 한편 정의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선거 범죄 수사권은 올 연말까지 검찰에 남겨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또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를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27일, 늦어도 29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은 오늘(26일) 법사위 심사를 차질없이 밟고, 내일(27일) 본회의 처리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안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일방 독주해 통과시킨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상정돼서는 안 된다”면서 (민주당안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완전히 박탈됐다”고 말했다. 보완수사 범위를 크게 축소하는 바람에 검찰의 여죄 수사 등이 불가능해진다는 주장인 것이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신청한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까지 무력화하며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처리하면서 정국은 더 급속히 냉각할 전망이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간 법안에 대한 이견이 있어 조정이 필요할 때 여야 동수로 구성하는 기구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안건조정위 신청에 대비해 지난 20일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인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야당 몫 무소속 위원으로 배정해 놓은 상태였다.
정권 이양을 앞둔 시기에 또다시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가진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박병석 의장의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저는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서로 합의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의회민주주의에도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박 의장 중재안 합의 처리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처리 움직임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본다”며 견제에 나섰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오전 기자들과 만나 “형사사법 체계를 흔들어 놓는 것을 졸속으로 문 대통령 임기 말에 해야 하는지, 이게 과연 국민의 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주환 손재호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