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6일 인천 계양산전통시장을 방문해 “대통령의 첫째 임무는 헌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헌법 가치를 잘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에서 또다시 원론적인 입장을 꺼낸 것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25일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고 검찰총장 사퇴할 때 말씀한 것과 생각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이 재논의를 요구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직접적인 평가를 피하고 있다. 기자들의 중재안 관련 질문에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윤 당선인이 중재안에 대해 입장을 피력하지 않는 것은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우선, 윤 당선인 측은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당선인이 찬반 의견을 내놓을 경우 새로운 ‘블랙홀’ 정국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참전은 더불어민주당의 노림수라는 판단이다. 검수완박 정국에 잘못 발을 담갔다가는 윤석열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거대한 풍랑에 휩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직접 메시지를 내면 그때부터는 ‘윤 당선인과 민주당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입장을 내놓기를 원할 텐데, 그런 덫에 빠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 대통령’ 프레임도 부담이다. 당선인 측 다른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더 이상 검찰총장이 아니다”라며 “검찰 수사권 문제가 형사 사법 체계에서 중대한 문제이긴 하지만, 윤 당선인은 이제 국정 전반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검수완박 입법이 국회의 몫이라는 판단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당선인이 검수완박 이슈에 계속 거리를 두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중재안 합의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을 수습하는 데 주력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나의 판단 미스로 당에 피해를 끼쳤다”며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한 데 대해 재차 사과했다.
권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성토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당의 추인을 받고 중재안에 합의를 했던 것인 만큼 권 원내대표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당 전체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먼저 국민들께 사과해야 하고, 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뭉쳐서 검수완박은 막아내자는 목소리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문동성 손재호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