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저지 나선 한동훈 “양심 문제”… 민주 “소통령” 직격

입력 2022-04-27 04:02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 주재로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의장실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대한 재협상을 위해 만나 자리에 앉고 있다. 하지만 70분 동안 이뤄진 이날 회동은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다.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수사를 이끌었다는 이유로 이미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런 한 후보자가 검수완박 정국에서도 강한 주장을 거침없이 내놓자 민주당 내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한 후보자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검수완박 저지 발언에 대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자 “침묵하는 것은 직업 윤리와 양심의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국민의힘에서는 한 후보자가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한 후보자의 언행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드라이브에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일개 장관 후보자인 한 후보자의 전화 지시 한 통화로 이렇게 공당의 입장이 돌변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수완박 중재안 재논의를 촉발시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한 후보자와 전화 통화를 하며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힌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윤 위원장은 “바로 전화 한 통을 받고 나서 (이준석) 당대표가 여야 합의가 잘못됐다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고, 그러고 나서 바로 첫 회의가 어제 있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이 된 것도 아니고 후보자일 뿐인 한 후보자의 힘이 정말 크구나, 소통령이라더니 국민의힘을 지배할 정도의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2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먼저 ‘중재안이 통과될 경우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 상세하게 짚어줄 수 있느냐’고 한 후보자에게 요청을 했고, 장시간 통화하며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한 후보자를 직접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방송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한 후보자가 검수완박 법안이 저지돼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표현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식의 표현을 쓰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취재진이 문 대통령의 이같은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자 26일 한 후보자는 “현장을 책임지게 될 법무장관 후보자가 몸 사리고 침묵하는 것은 직업 윤리와 양심의 문제”라고 답했다.

한 후보자는 또 검수완박에 대해 “범죄대응시스템이 붕괴돼 국민이 큰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한 ‘개헌’ 수준의 입법”이라며 “국민 상대 공청회 한번 없이 통과되는 것을 눈앞에 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한 후보자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영남권 의원은 “한 후보자의 발언 중에서 민주당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일부 언행은 본인은 물론 곧 출범할 윤석열정부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안규영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