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해 “6개월로 제한된 선거범죄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의 선거사범 관련 공소시효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짧은 상황에서 검찰 직적 수사마저 차단된다면 선출직에 대한 이중 특혜가 된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올해 12월 31일까지는 유지하기로 개정안을 수정했지만, 법조계에선 “시간만 늦춰졌을 뿐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대검은 전날 법사위 제1소위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재안에 따른 선거범죄 수사 공백을 우려하며 공소시효를 늘리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한국 법제에 영향을 미친 일본의 경우 선거범죄를 단기간만 수사하도록 규정했던 조항을 이미 1962년 폐지했다. 독일과 미국도 선거범죄와 일반범죄의 수사 기간에 차이가 없다고 한다.
국내 법조계에서도 6개월이란 공소시효가 선거사범에게 과도한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란 비판이 제기돼 왔다. 최근 검찰 내부망에는 “국민들이 1000원짜리 빵 하나를 훔쳐도 공소시효가 7년인데, 의원님들과 관련 있는 선거사범 공소시효는 6개월”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선거범죄 직접 수사개시가 금지되면 짧은 공소시효가 발생시킬 문제는 더 심각해 질 것이란 게 검찰의 염려다.
민주당이 이날 법사위 소위에서 선거범죄 수사의 경우 6·1 지방선거 공소시효가 끝나는 올 연말까지 검찰에 남겨두기로 조정했지만, 검찰 내부에선 당장 “미봉책”이라는 성토가 나왔다. 내년부터 선거범죄 대응에 공백이 생긴다는 점은 변함 없다는 얘기다. 한 부장검사는 “어차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사실은 같고 그 시점만 유예만 됐을 뿐”이라며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이후 수사 역량을 끌어올리기 전까진 장기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초동 단계에서 법리 검토와 수사가 병행돼야 하는 선거범죄 특성을 고려하면 수사 주체가 중수청이든, 경찰이든 똑같은 문제가 나타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법원도 중재안 내용에 우려를 표했다.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은 전날 1소위에서 “조금이라도 수사에 관여한 검사가 기소나 재판에 도움을 준 경우 피고인 측이 사건 자체를 무효라 주장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재안 중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하도록 한 부분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뇌물방지작업반에선 한국의 부패·뇌물범죄 수사·기소 역량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 OECD 뇌물방지작업반 드라고 코스 의장은 지난 22일 법무부에 “중재안이 한국의 반부패와 해외 뇌물범죄 수사 및 기소 역량을 오히려 약화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며 “해당 안을 5월 10일 이전에 통과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고 싶다”는 서한을 보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을 이끄는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도 설명회를 열고 “검찰이 공정성·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렇다고 검찰의 본질적 기능을 폐지하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 지검장은 “조만간 (법안이) 본회의까지 간다고 하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설명회를) 마련했다”고 했다. 대장동 의혹 등 중앙지검 수사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누가 수사기록을 들춰보더라도 떳떳하게 원칙을 지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임주언 이경원 조민아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