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왼쪽 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에는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일부 쟁점에서는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첫 지점은 ‘열석 발언권 제도’다. 기재부 차관 등 정부 관료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추 후보자는 26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열석 발언권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열석 발언권은 정부 경제 정책과 (한은의 통화 정책 간) 조화를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면서 “금융 시장 위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기 위해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 후보자는 다만 “위기 상황이 아니면 열석 발언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총재는 열석 발언권 제도 폐지를 원하고 있다. 그는 후보자 시절 “한은과 기재부는 거시경제금융회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있어 열석 발언권 존치 효과가 크지 않다. 영국·일본을 제외한 선진국은 시행하지 않는 제도”라고 말했다. 열석 발언권이 2013년 2월 14일 이후 행사된 적이 없지만 특단의 상황을 대비해 갖고 있으려는 기재부와 아예 폐지하려는 한은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한은 직원의 청와대 파견을 놓고도 둘의 시각이 다르다. 추 후보자는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확립한다는 취지에서 한은 스스로 청와대 파견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18년 한은 직원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청와대 파견은 한은 실무자급 직원이 역량을 계발할 수 있어 필요한 자리”라는 입장이다. 파견된 한은 직원은 국내외 경제 분석 등 실무 지원만 해 중앙은행 중립성 훼손과도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목소리의 배경에는 ‘직원 처우 개선’이 현안이 된 내부 상황이 있다. 2012~2021년 한은에서는 급여 불만 등으로 연평균 30여명 직원이 퇴사했다. 한은 내부에서는 파견 자리 중 청와대를 최고로 치는데, 추 후보자 의견대로 기회가 사라진다면 직원 불만은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추 후보자와 이 총재는 현재 물가 안정이 가장 중요하며 민간 중심의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는 정책의 큰 기조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이려면 기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후보자는 “이 총재 발언에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