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5일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을 기념한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등장시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무력 완성 업적을 치켜세웠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지난 3월 24일 주체조선의 절대적 힘,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온 세상에 과시하며 만리대공으로 치솟아 오른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의 어마어마한 모습을 가까이하는 온 광장이 삽시에 환희와 격정의 도가니로 화하였다”고 보도했다.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처음 선보인 화성-17형은 다탄두 형상의 세계 최장 길이로 ‘괴물 ICBM’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총 4기를 선보였고 올해 들어 3차례 시험발사한 것을 감안하면 1기만 남은 셈인데, 열병식 사진을 보면 최소 3기가 동원됐다. 추가로 양산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이 화성-17형을 소개하며 ‘지난 3월 24일’이란 날짜를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끈다. 당시 발사된 미사일을 두고 한국군 당국은 화성-15형의 개량형으로 판단했는데, 이를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화성-17형을 다음 달 추가 발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열병식에는 지난해 1월 당대회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보다 탄두부가 커지고 길이가 1m가량 늘어난 신형 SLBM도 등장했다. 도색을 새로 하고 탄두부가 길어진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과 지난 16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발사차량 대열, 능동방어체계(APS)를 갖춘 전차 대열도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원수복(원수 계급장이 달린 흰색 군복)을 입고 등장해 대남·대미 강경 모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지난해 7월 코로나19 방역 태업을 이유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비서에서 해임됐던 리병철은 10개월 만에 화려하게 복귀해 김 위원장과 나란히 주석단에 섰다. 김 위원장이 이번 열병식을 국방력 과시의 중요한 계기로 삼고 있어 핵·미사일 개발 기여도가 큰 리병철을 전격 복귀시킨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 출범 후 최대 규모로 보이는 이번 열병식이 ‘선제타격’을 거론하며 대북 강경 기조를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북한이 5월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ICBM이나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수 있다”며 “새 정부의 대북 기조에 따라 자신들의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