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 된 아워홈 경영권 분쟁

입력 2022-04-27 04:09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구지은 부회장. 아워홈 제공

식품기업 아워홈의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전쟁’이 다시 불붙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이사진 교체 안건 등을 담아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면서다. 아워홈은 ‘명분 없는 경영복귀 시도’라고 비판했다. 구 전 부회장과 구지은 대표이사 사이에 분쟁이 이어지면서 아워홈은 다시 불안정한 상황에 놓였다.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은 지난해 이사회에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고, 회사의 안정과 미래 성장을 위해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와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만 직원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상황에 회사는 엄중 대처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전날 구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씨의 지분 동반매각 주관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한 데 따른 반응이다.

구 전 부회장은 LG그룹 창업자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손자다. 지분 38.86%를 보유한 아워홈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미현씨는 최근 자신의 지분 20.06%(자녀 지분 0.78% 포함)를 구 전 부회장과 함께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 지분을 합치면 58.62%다. 두 사람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 아워홈 최대주주가 된다. 현재 대표이사인 구 부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구 전 부회장은 임시주총 소집과 함께 이사진 교체를 요구했다. 새로 선임하겠다는 이사진에는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도 포함됐다. 구 전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복귀를 시도하려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구 전 부회장 측은 경영복귀 시도라는 지적을 부인한다. 지분매각을 위해 이사진을 교체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워홈 얘기는 다르다. 아워홈에 따르면 지난 8일 구 전 부회장은 라데팡스파트너스를 통해 매각절차를 위한 실사를 요청하면서도 매각 전속계약서 등의 기초자료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1000억원 지급을 요구했다는 점도 공개했다. 구 전 부회장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워홈은 2020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