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풀린 거 아니냐”… 실내 취식 재개되자 노 마스크 시비

입력 2022-04-27 04:09
실내 다중이용시설 취식이 허용된 25일 서울 용산역 이마트 직원이 시식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중이용시설 실내 취식이 허용된 지난 25일 오전 11시20분. 서울 중구 한 대형마트에서 요거트 시식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교복 차림의 남고생 2명이 시식대에 다가가 요거트를 맛보더니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했다. 이에 직원들이 “마스크 바로 올려주세요”라고 급히 당부했다.

마트 직원들은 점심시간을 앞둔 낮 12시쯤 한자리에 모여 10여분간 ‘대책 회의’를 했다. 이후 ‘마스크를 착용한 뒤 매장 이용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판을 고객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다시 걸었다. 마트 관계자는 26일 “시식 뒤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긴장하며 시식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게 되면서 ‘잠깐의’ 마스크 탈의가 가능해졌지만 곳곳에서 ‘노 마스크’를 둘러싼 혼란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실내 취식이 허용됐다고 해서 마스크 착용 지침까지 해제된 것은 아닌데,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경기도 시흥의 한 편의점에는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50대 남성 2명이 들어와 막걸리를 찾았다. 카운터를 지키던 최모(38)씨가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청하자 “예민하게 군다. 이제 다 풀린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일상 회복을 한다고 하니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오해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며 “마스크 미착용자는 입장할 수 없는데 ‘이제 괜찮다는데 왜 그러냐’고 따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화관도 마스크 미착용 고객을 대비해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종로구 한 영화관 직원들은 영화 상영 중에도 수시로 ‘점검’을 돈다. 팝콘 등을 판매하며 “음식 먹을 때만 마스크를 내려야 한다”고 안내하지만, 어두운 영화관 안에서 취식 여부와 관계없이 줄곧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관 관계자는 “사실상 영화 상영 중에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청하기도 어렵고 안내한다고 하더라도 잘 지켜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노 마스크’ 혼란이 자칫 시비로 번질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취객을 상대할 일이 많은 택시기사는 마스크 착용 안내 대신 창문을 여는 식으로 대처한다고 했다. 택시기사 정모(62)씨는 전날 광화문 인근에서 술을 마신 여성 승객 2명을 태웠다. 이들은 빵 포장지를 뜯더니 마스크를 내리고 먹었다. 정씨는 이를 보고도 다툼이 싫어 창문을 내려 환기만 시켰다고 한다. 그는 “벌써 ‘노 마스크’ 승객이 많은데, 날씨가 더워지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박민지 이의재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