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열리는데… 항공사 승무원 ‘기약없는 복직의 길’

입력 2022-04-27 04:01

저비용 항공사(LCC)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한 A씨(30)는 지난해 퇴사를 하면서 부산의 한 학원가에 분식집을 열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악화하는 회사 경영을 볼 때 복직은 기약이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A씨는 “당장 빠르게 기술을 배워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요식업을 하게 됐다”면서 “장사가 잘 안되다 보니 이마저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편이 많아져서 다시 승무원을 필요로 하게 되더라도, 나이가 적지 않은 탓에 회사에서 우선적으로 부를 것 같지는 않아 퇴사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항공사의 ‘코로나 휴직자’인 B씨는 올해 초부터 온라인으로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 강의를 듣고 있다. 휴직이 하염없이 길어지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들었다고 한다. B씨는 “수강생 가운데 코딩을 접해본 적 없는 초짜는 나뿐인 것 같다”면서 “회사에서 부른다면 언제든 복직할 의향이 있지만, 생계가 막막해서 다른 일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의 ‘코로나 휴직·퇴직’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직군을 바꿔 고용하는 등의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항공업계도 기지개를 켜지만, 복직의 길은 멀기만 하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6개 상장 항공사(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의 직원 수는 3만4874명(기간제 포함)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3만7230명보다 6.3%(2356명) 줄었다.

특히 기간제 근로자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대부분 촉탁, 인턴 등의 형태로 계약했다가 기간 종료로 떠났다. 6개 상장 항공사의 기간제 근로자 수는 2019년 말 3714명에서 지난해 말 696명으로 급감했다. 일부 항공사는 승무원 등을 사무직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사무직에서도 퇴사자가 늘어 인력은 부족한데 신규 채용을 할 수 없어 직군 전환 등을 하는 것이다.

항공인력 감소는 항공사 실적과 무관하게 나타난다. 줄어든 여객 수요를 화물 운송으로 대체하면서 지난해 좋은 성적을 올린 대형항공사(FSC)에서도 여전히 상당수가 휴직 중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 인력 가운데 50%가량이 순환휴직 등을 하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화물 운송으로 실적이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유가 급등으로 유류비 부담이 컸고 인건비 부담은 여전하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휴직 등 인력 감축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나마 항공업계는 하반기부터 경기 반등을 기대한다.

다만 국제선 운항 재개 등으로 인력이 필요해지더라도 채용을 못 해 인력난에 따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로부터 기간산업 안정기금(기안기금)을 지원받는 회사의 경우 기안기금을 받는 동안 신규 채용을 할 수 없다.

여기에다 떠난 인력들이 올해 안에 복직하리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는 하나, 정부에서도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항공 수요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당장 항공편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면서 “올해 안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매출구조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