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늉에만 그친 ‘아빠 찬스’ 논문 조사

입력 2022-04-27 04:05
대학교수 논문에 미성년자를 공동 저자로 끼워 넣은 사례가 교육부 조사에서 대거 적발됐으나 부정 판정을 받은 논문은 10건 중 1건도 안 된다. 부정을 저지른 교수 69명 중 10명만 징계를 받았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아빠 찬스’ 논문 작성에 대한 사회적인 파문이 일자 교육부가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시늉만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교육부가 내놓은 ‘고등학생 이하 미성년 공저자 연구물 검증 결과’에 따르면 2007~2018년 대학 교원과 미성년자가 함께 저자로 등재된 사례가 1033건에 달했다. 대학 자체 조사에서 937건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교육부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결국 부정이 있다고 판정한 논문은 96건(9.3%)에 불과했다. 논문을 입시에 활용한 미성년 공저자는 10명인데 이 중 5명만 입학이 취소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가 포함됐다.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 자녀 이름을 직접 올린 것은 223건, 자기 자녀가 아닌 미성년자 등재는 810건이다. 동료나 지인 교수를 통해 자녀를 위한 끼리끼리‘논문 품앗이’가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사실은 이미 수차례 드러났다. 논문은 한때 대학 입시에서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에 언급할 수 있어 수시모집에 유리한 스펙으로 작용했다. 그런데도 이번 교육부 조사에는 이에 대한 실체 조사가 빠져 있다. 한계를 드러냈다.

부정 논문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하다. 미성년 공저자가 논문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이는 부실 검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해외 대학에 진학한 경우 이 논문이 입시에 사용됐는지 파악이 힘들다.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다. 2020년 이전에는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징계시효가 3년에 불과했다. 이미 시한이 지난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들로 부정 논문과 관련된 교원과 미성년자가 150명이 넘지만 실제 중징계나 입학 취소 처분이 내려진 경우는 손에 꼽힌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교육부가 시늉만 하는 동안 많은 국민은 ‘아빠 찬스’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