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덕수 인사청문회 파행, 국민 알권리 침해다

입력 2022-04-27 04:03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호영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이틀째 열리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를 한 후보자가 성실하게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결국 법정 시한을 넘겼고, 국민들이 후보자의 자질을 평가할 기회를 박탈한 결과가 됐다. 국회 177석으로 절대 다수인 민주당과 정의당이 위법 논란까지 감수하며 보이콧을 강행한 것은 안타깝고 부적절한 처사다. 여야가 다음달 2~3일 청문회를 다시 열기로 합의한 만큼 그때는 한 후보자가 총리로서 자격이 있는지 국민이 보는 앞에서 제대로 검증해야 할 것이다.

청문회 파행의 가장 큰 쟁점은 후보자의 자료 제출 거부 여부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로펌에서의 자문·출장 내역, 부인의 미술품 매매 내역 등을 제출하지 않아 검증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요구한 자료의 양이 역대 총리 후보자에게 요구한 것보다 3~4배 많고, 현실적으로 확인·제출하기 어려운 게 많다는 점을 들어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잡음은 청문회 때마다 늘 있었다. 인사청문회법에 공직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구체적 사유까지 명시한 것도 여야가 늘 이 문제로 기선 제압 운운하며 다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여야가 타협을 하든, 밤샘 토론을 하든 국회 안에서 해결할 문제다. 청문회를 아예 열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어떤 이유로도 용납하기 어렵다.

대선이 끝난 지 50일 가까이 됐는데 여야는 여전히 양보 없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다투다가 이내 ‘검수완박’의 사생결단 싸움으로 확대됐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청문회다. 인사청문회법 6조에는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법을 만드는 의원들은 법을 지키는 데 관심이 없다. 국민의 팍팍한 삶, “국회의원 특권부터 박탈해야 한다”는 여론도 안중에 없다. 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미뤄지면서 다음달 10일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총리가 임명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른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다르지 않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절반 이상의 부처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이런 강경 대치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해 표를 더 많이 얻겠다는 계산이라면 여야 모두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 유권자는 결코 바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