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공원으론 1847년 개장한 영국 리버풀의 버컨헤드파크를 꼽는다. 물론 런던에는 1637년 하이드파크를 필두로 그린파크나 세인트제임스파크 등 왕실 사냥터를 시민에게 개방한 왕립공원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왕의 소유지이고 왕궁 주변에 국한됐다. 18세기 중반부터 산업혁명으로 도시 인구가 급증하고 노동자 생활 및 주거환경이 극히 열악한 상황에서 발생한 1832년 콜레라 대유행은 도심 공중위생에 대한 경각심을 한껏 높였다. 1833년 영국 의회에서 처음으로 공원의 필요성을 지적했고, 런던 노동자 주거 지역에 적어도 5개의 공원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런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돼 1847년 리버풀 인근 신흥도시였던 버컨헤드시에 시민공원이 처음 문을 연 것이다.
미국 뉴욕의 젊은 농장주 프레데릭 로 옴스테드(1822~1903)는 1850년 영국 여행 첫 기착지인 리버풀항에 도착해 운명적으로 버컨헤드파크를 만난다. 그는 공원이 가진 높은 기술 수준과 다양한 계층이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 이런 시민의 정원(People’s Garden)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1851년 뉴욕시는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고 시의 자랑이 되는 공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시의회는 공원법을 제정함으로써 본격적인 뉴욕의 대표 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1853년 대상지가 결정되고 1857년 공원 현상설계 당선자로 옴스테드와 건축가 캘버트 복스가 선정돼 지금도 세계 최고 공원으로 손꼽는 센트럴파크(3.4㎢)가 1873년 개장된다.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옴스테드의 말은 살인적인 노동시간과 대기오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열악한 생활환경에다 전염병까지 횡행하던 당시 모습에 기인한다. 어제는 옴스테드가 태어난 지 200년 되는 날이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공원을 재발견한 우리 모습에서 그가 겹쳐 보인 연유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