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The White House)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대통령 관저다. 통상 화이트 하우스로 불린다. 1815년 개장할 때 외벽을 희게 칠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우리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인 청와대(靑瓦臺)는 고유명사로 푸른 기와집이라는 뜻이다. 원래 이름은 경무대였는데, 윤보선 제4대 대통령이 청기와 지붕에 착안해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했다. 영어로는 Cheong Wa Dae와 블루 하우스(The Blue House)를 혼용해서 쓴다.
청와대는 그동안 권위주의적·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처럼 굳어졌다. 관가 등에선 블루 하우스의 약자를 사용해 ‘BH 지시 사항’ ‘BH 문건’ 등이 사용되곤 했다. BH에서 호출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공무원들은 잔뜩 겁부터 먹는 경우도 많았다. 대통령이 여론을 무시하거나 국민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는 ‘구중궁궐’에 갇혀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려는 것도 국민과 소통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는 상징성 측면이 강하다. 윤 당선인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 새로운 대통령실 이름을 국민에게 물을 계획이라며 임시로 ‘피플스 하우스(People’s House·국민의 집)’를 제안했다고 한다. 피플스 하우스는 유럽에서 노동 계급 주민이 예술과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지어진 여가·문화 센터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은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이 영어로 ‘피플파워 파티(People Power Party)’인 것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피플스 하우스가 공식 명칭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윤 당선인이 이렇게 명명한 것은 대통령 집무실이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장소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달 10일부터는 청와대와 함께 BH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하지만 장소나 용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국민과 함께하며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을 봤으면 좋겠다.
오종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