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세대와 통했던 ‘트위터 대통령’ 평생 산 강원도서 눈감다

입력 2022-04-26 04:02
연합뉴스

투병 중이던 소설가 이외수(사진)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76세.

25일 유족에 따르면 이 작가는 이날 오후 6시 40분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은 지난 2020년 3월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 수술을 받은 뒤 재활병원에서 투병해 왔다. 지난달에는 장남인 영화감독 이한얼씨가 고인의 SNS를 통해 “아버지께서 사흘째 응급실에서 홀로 사투 중이십니다. 폐렴이 왔습니다”라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고인은 1946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강원도 인제군 본가에서 성장했다. 인제고를 졸업하고 춘천교육대학에 입학했으나 중퇴했다. 이후에도 줄곧 강원도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06년 이후에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도목리의 ‘감성마을’로 이주해 투병 전까지 지냈다. 감성마을에는 화천군이 조성한 이외수문학관 등이 들어서 있다. 고인은 화천군 홍보대사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고인은 1975년 중편 소설 ‘훈장’으로 잡지 ‘세대’의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이후 소설 ‘꿈꾸는 식물’ ‘들개’ ‘장외인간’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등을 베스트셀러에 올렸으며, 에세이집 ‘하악하악’ ‘청춘불패’ ‘아불류시불류’ 등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고인은 생활에서나 문학에서나 ‘괴짜’ ‘기인’의 풍모를 풍겼다. 자신을 방에 감금한 채 글을 쓰기도 했고, 작품도 극도의 절망과 고립 상황을 그리거나 절대 자유나 구원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출간 당시 70만부가 판매된 ‘들개’는 제도와 문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 원하는 두 남녀가 다 쓰러져가는 교사에서 생활하는 이야기다.

SNS에서는 젊은 세대가 공감하는 메시지와 언어로 소통하며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트위터 팔로어가 170만명이 넘고, 페이스북 팔로어도 10만명이 넘는다. 유행어가 된 ‘존버(힘들어도 버틴다)’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이런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TV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시트콤과 광고에도 출연했다.

고인은 SNS에서 정치적 발언을 거침 없이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 대선 당시엔 투병 중임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 메시지를 들고 병상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빈소나 장례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유족은 “장례식장을 확정하는 대로 SNS를 통해 공식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