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내 증시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금융시장 불안 현상이 나타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가능성, 인플레이션 우려, 기업의 부진한 실적발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이날 중국에서 봉쇄 조치가 베이징 일부 지역까지 확대된 상황이 달러 강세와 증시 부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금융시장 불안의 도화선은 전 세계적인 고물가다. 전날 미 증시의 급락세를 이끈 연준의 매파적 발언은 물가 리스크에서 비롯됐다. 3월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예상치보다 낮다는 이유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다소 낙관적인 시각도 제기됐지만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은 이를 부인했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예상과 달리 59.7로 되레 상승했다.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음을 뜻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19개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7.5%를 기록했다.
글로벌 물가 상승은 2년째 세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불안이 점차 완화되던 시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돌발 변수가 생겼다. 전쟁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에너지 및 식량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중국 상하이 등 지역 봉쇄로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점도 물가에 적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뒤엔 경기 침체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연준은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연준의 연착륙 시도가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고 진단했다. WSJ는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이 재직하던 1994년 유일하게 기준금리를 1년간 300bp(3.0%포인트) 올리면서도 실업률을 떨어뜨렸다”면서 “그러나 당시 물가상승률은 2~3%대로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인 현 상황에서 참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실적은 이런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 의류업체 갭은 매출 전망치를 기존 감소 폭보다 더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하룻새 18% 급락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시장 불안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월말과 월초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다수 예정된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통화정책 부담과 경기 불안이 동시에 유입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에선 봉쇄 확대 여파로 상하이지수가 21개월 만에 3000선이 무너지고 위안화는 달러당 6.49위안까지 오르는 등 가치가 급락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봉쇄 상태에 있다”며 “최소 10월 당대회까지 ‘제로 코로나’ 전략이 유지될 것으로 보여 2분기에도 이 여파가 지속될 가능성 높다”고 전망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